확대 l 축소

中, 가톨릭 지하주교 공식 인정

- 교황청과의 관계 회복 신호탄.. 中이 만든 교구 맞승인
지난 10일 취임하는 왕전구이 중국 천주교 장자커우교구 주교 - 인터넷 캡쳐

중국 당국이 오랜 기간 ‘지하교회’에서 활동해온 가톨릭 주교 2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바티칸과 중국 간의 오랜 갈등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양측이 주교 임명 문제를 놓고 수십 년간 대립하다 최근 대화와 협력을 확대하는 흐름 속에서 나온 결정으로 주목된다.

홍콩 성도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허베이성 장자커우에서 중국천주교애국회 리산 주교의 주례로 왕전구이(62) 신부가 주교로 축성됐다.

장자커우교구는 원래 교황청이 인정하지 않았던 합병 교구였으나, 올해 새로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은 즉각 장자커우교구를 승인하고 기존 쉬안화·시완쯔 교구를 폐지했다. 이는 교황청이 중국 측 행정구획에 따른 교구 체계를 전례 없이 받아들인 사례로 평가된다.

축성 이틀 뒤에는 장자커우 교구에서 마옌언(65) 보좌주교의 취임과 추이타이(75) 주교의 은퇴 행사가 이어졌다. 마옌언 주교는 당국 비인가 교구였던 시완쯔의 지하주교 출신이며, 추이타이 주교 역시 쉬안화 교구의 지하주교로 활동하다 수차례 구금되며 중국 내 ‘지하교회 수난의 상징’으로 불렸다.

이번 행사에서 두 사람은 모두 중국 당국에 의해 공식 주교로 인정받으며, 추이타이 주교는 ‘명예주교’ 칭호를 부여받았다.

중국천주교애국회는 이번 주교 임명과 관련해 “애국·애교 정신과 독립·자주·자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는 교황청과의 일치를 중요시하는 가톨릭 신앙의 특성과 충돌하는 지점으로, 여전히 긴장 요인을 안고 있다. 그러나 교황청이 합병 교구를 공식 승인한 것은 현실적 타협과 중국 내 신자들의 사목적 필요를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과 바티칸은 1951년 단교 이후 냉랭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중국 정부는 1957년부터 애국회를 통해 가톨릭 활동을 철저히 관리해왔다.

그러나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 체결된 ‘주교 임명 임시 협정’이 세 차례 연장되며 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올해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 역시 즉위 직후 중국 신자들을 위한 기도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중국 내 가톨릭 신자는 약 1,200만 명으로 추산되며, ‘공개 교회’와 ‘지하 교회’로 이원화된 구조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지하주교 인정은 양측의 관계 개선 신호로 볼 수 있으나, 바티칸이 중국 당국의 ‘독립·자치 원칙’을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바티칸-중국 관계가 단순한 제도적 타협을 넘어 신앙의 자유와 보편 교회의 일치를 얼마나 보장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안·희·숙 <취재기자>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