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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의 ‘승리’ 자축, 이란판 가짜뉴스

- “가짜 시온주의 정권이 붕괴됐다”는 주장, 사실과 너무 동떨어져
승리를 자축하고 있는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지하 벙커에서 나온 ‘승전보’

이스라엘‧이란 12일 전쟁 종전 후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6일 X(옛 트위터) 계정과 사전 녹화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시온주의 가짜 정권에 대한 위대한 승리를 축하한다”며 이스라엘은 “거의 붕괴됐다”고 선언했다. 같은 게시물에서 그는 “미국에도 커다란 모욕을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메네이가 모습을 드러낸 장소가 지하 벙커로 추정되고, 영상 공개 전까지 열흘 넘게 잠행(暗行)했다는 사실은 이란 최고지도부가 오히려 생존을 우려했음을 드러낸다.

그런가운데 미‧이스라엘 합동 공습으로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핵심 농축 시설이 직격탄을 맞아 “매우 중대한 손상”을 입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예비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obliteration(전멸)”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핵 프로그램이 수년은 후퇴했다고 자평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과 핵 과학자를 포함한 수십 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은 대부분 아이언돔·애로 헤츠 방공망에 요격돼 민간인 28명 사망 외에 전략적 타격은 거의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스라엘 “비겁한 선전용 허세” 일축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이 파괴됐을 것”이라는 하메네이의 주장을 “역사 왜곡”으로 규정하며, 필요하면 추가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역시 “핵 시설 파괴와 지도부 타격만으로도 이미 전략적 목표는 달성됐다”며, 하메네이의 발언을 “국내 결속용 거짓 선전”이라고 일축했다.

테헤란 대학 정치학과 알리 바게리 교수는 “대규모 물적·인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자축하는 것은 1979년 혁명 이후 위기에 처할 때마다 써 온 전형적 내러티브”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 시설 복구와 국제 제재 해제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도부의 레토릭은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방패”라고 분석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중동센터의 캐린 폴락 선임연구원도 “하메네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왜 벙커에서 영상을 녹화했겠는가”라며 “지도부가 외부보다 내부 불안을 더 두려워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안·희·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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