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추웠던 날씨가 풀리면서 젊음의 거리 강남역 일대는 청년들의 발걸음으로 한층 붐비고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리를 지나가던 청년들이 노란색 현수막에 눈을 돌리며 귓속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여럿 보였다.
마침 강남역 일대에서는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시국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었다.
‘법인카드 공금횡령, 나랏돈이 네 돈이냐’는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진 현수막 앞에서 다가오는 3·9 대선관련 어깨띠를 두른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처럼 활기에 넘치는 거리에서 선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불거져 나온 이슈로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남편의 성남시와 경기도청 재직시 배우자의 신분으로 불법적인 법인카드를 사용한 이슈를 문제 삼고 있었다. 가뜩이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을 분노케 한 시점에 이같은 현수막을 걸고 규탄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신분은 공직자의 배우자에 국한되는 의전이어야 함에도, 마치 개인비서 다루듯 공무원을 사적 심부름 등으로 부려온 것은 공직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기강해이 및 공적 개념에 대한 몰상식의 상황에 빠져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엄정하게 집행되어야 할 지자체 경비들이 사적인 음식값 등으로 사용되고, 심지어 일명 ‘카드깡’식으로 속임수까지 동원한 것은 실정법을 위반한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1996년 당시 38세였던 스웨덴 사민당 정부의 부총리 모나 살린(Sahlin)은 총리 계승을 눈앞에 두고 정부 법인카드 개인 사용이 드러났으며, 분노한 스웨덴 국민들에 의해 그녀는 낙마했다. 스웨덴 국민은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세금으로 특권을 누리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스웨덴에서는 총리 외엔 관용차‧운전기사도 없으며, 국회의장이 지하철 좌석에 앉아 출근하고 시장이나 의원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줄을 서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에 불과하다.
범죄 중에 가장 사악한 범죄는 공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이고, 파렴치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는 세금도둑질을 저질렀음에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죄가 가장 크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범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도 한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면서 말이다.
그날 강남역 앞에서는 이런 소리들이 퍼져 나갔다.
"이게 나라냐?"
이 · 상 · 만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