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오전 광화문과 종로 거리에서는 난데없는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영문도 모르는 시민들은 코로나 시국에 무슨 대규모 시위라도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며 어리둥절해했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지구촌을 덮치기 전, 3년여 동안 줄기차게 ‘사기탄핵, 체제탄핵’을 외치며 광화문 네거리를 휘저었던 태극기 집회를 연상케 하는 광경이 모처럼 광화문과 서울시청 사이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다른 것이었는데, 바로 소위 '통일운동가'로 알려진 故 백기완의 장례행렬이 태극기 집회처럼 길게 늘어져 거리를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일에, 어떻게 종사했건 일단 유명을 달리한 죽은이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 인간적 도리인 만큼,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나 코로나 정국에서 소수라도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방역지침이니 뭐니 하며 거의 계엄령을 방불케 할 정도의 전체주의적 반응을 보인 현 정권이 유독 특정인의 장례행렬에 대해서는 관대(?)해 보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입에는 공정과 정의를 달고 사는 부류에게 정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신호등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서있던 시민들 가운데 여기저기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교회 예배나 태극기 집회 등은 살인자라고 저주의 비난을 퍼붓던 정권이, 이제는 아예 에스코트 하고 있네!" 라며 짜증 반, 비아냥 반으로 연신 화를 내고 있었다.
최근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짜증과 분노는 거의 하늘에 닿을 지경이다. 그래도 코로나 확산저지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장례식도 축소하고, 학수고대하던 결혼식도 미루었다. 명절을 맞아 고향 방문도 자제했던 훌륭한 시민들이다.
그렇다고 해도... 내로남불과 자기 진영식의 공정·정의에다가 점심시간을 갓 넘긴 이 시점에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틀어대고 있으니, 과연 정상적인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 너머를 쳐다보며 분을 삭히는 시민들이 너무 안쓰럽게 보이는 불금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