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레의 책이 등짐이 되는 이유

2023.10.07 11:12:27

- 때와 장소를 분별하는 인격의 소유자가 되어야
- 명산은 높이가 아니라 산세의 아름다움에 있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하는 영화가 1989년에 개봉되었으니 벌써 30년 남짓 되었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사회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면서 “성공은 때와 장소에 따른 사리를 분별하는 데서 시작되고 또 노력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잊고, 아직도 교실 안의 지식만을 신봉하는 자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주로 그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남들보다 나은 환경속에서 자라 학연 등으로 축적된 인맥들도 탄탄하다. 하지만 인격은 그와 별개인 경우가 많다.

 

소위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대학을 나온 자들 중에서 최고난이도의 국가시험은 일찍 합격하고 출세도 하였지만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한 사람은 그리 찾아보기 쉽지 않다.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이 임명직으로는 거의 최고의 지위에 올랐으나 선출직으로 가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최고 수준의 대학을 통해 쌓인 학문적 지식수준은 상당하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인격을 갖추지 못해서 때와 장소에 따른 사리의 분별에는 다소 우둔하다.

 

간혹은 때와 장소를 분별하지 못한 채 실언하는 경우가 있다. 그의 말 자체는 원론적으로 틀리지 않으나 때와 장소에 따른 사리의 분별에는 많은 경솔함이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때와 장소에 따라 그가 읽은 한 수레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힘이 된 것이 아니라 등에 진 한 수레의 짐이 된 것이다.

 

사회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자는, 때와 장소를 분별하지 못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자신이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자신이 행동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때와 장소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책은 읽어서 지식을 갖추었으나 때와 장소에 따른 사리를 분별하지 못한다면 힘들여 읽은 한 수레 책도 한갓 등에 진 한 수레 짐에 불과한 것이다. 사람들은 단지 산이 높다고 명산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산세에 아름다움이 있기에 그렇게 부른다. 명산은 그 모습 자체에는 조금의 변함도 없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달리한다. 이와 같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때와 장소에 따른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인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산의 기품은 바위와 나무에서 찾아 볼 수 있고, 사람의 인품은 말과 글에서 찾을 수 있듯이, 배움은 있으나 때와 장소를 분별할 수 있는 생각이 얕고, 지식은 책으로 쌓았으나 수양으로 인격을 쌓지 못한 자라면, 비운 밥그릇 숫자로 나이만 먹은 자보다 나은 것이 조금도 없다.

 

사람이 때와 장소에 따른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힘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인격의 수양으로 이어질 때 형성된다. 사회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힘들여 읽은 한 수레 책도 때와 장소에 따라 짐이 될 수도 있으니, 얻은 지식을 인격의 수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늘 노력하고 성찰해야 한다.

 

또 불교의 능엄경에 “비록 많이 들었다 해도 수행하지 않으면 듣지 않은 것과 같다. 마치 사람이 음식을 이야기하더라도 그것으로 배가 부르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교실에서 쌓은 성적순이 아니라 내면에 쌓은 인격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점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채 · 시 · 형 (蔡時衡)  <자유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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