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중국 정부가 티베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기 교육 단계에서 티베트어 사용을 제한하고 중국어와 공산당 이념 교육을 강화하면서, 티베트의 언어·종교·문화 정체성을 체계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5월 4일 발표한 72쪽 분량의 보고서 「가장 어린 아이들부터 시작하라: 중국이 유치원을 이용해 티베트인을 ‘융합’하는 방식」에서 중국 정부가 2021년 교육부 지침을 통해 소수민족 지역 유치원에서 표준 중국어 사용을 사실상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정책이 단순한 언어 교육 강화가 아니라, 티베트 아동을 어릴 때부터 중국 국가 정체성 안으로 흡수하려는 강제 동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문제의 핵심은 유치원이 언어 습득과 정체성 형성의 결정적 시기라는 점이다. HRW는 중국 정부가 바로 이 시기를 겨냥해 티베트어 교육을 축소하고, 중국어 중심의 교육 환경을 강제함으로써 티베트어와 티베트 문화의 세대 간 전승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모에게 가정에서도 자녀와 표준 중국어로 대화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입증하는 영상 제출까지 요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히 교실 안에서 쓰는 언어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티베트 지역 유치원은 어린이들에게 중국 공산당과 ‘조국’을 사랑하도록 가르치고, 자신을 우선적으로 ‘중화민족’의 일원으로 인식하게 하는 정치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티베트 불교, 전통 축제, 지역 문화와 지식은 교육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교육이 문화 보존의 통로가 아니라 국가 이념 주입과 정체성 재편의 도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중앙민족공작회의에서 “교육은 피와 영혼에 스며드는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유치원 때부터 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HRW 보고서는 이 발언이 현재 티베트 유치원 정책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본다.
어린이가 자신을 먼저 티베트인으로 인식하기보다 중국 국민, 중화민족의 구성원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책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티베트 지역을 방문했거나 현지 상황을 직접 알고 있는 티베트인 및 전문가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세 살이나 네 살 아이들이 중국어 유치원에 다닌 뒤 곧 티베트어 사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연구자는 10세 이하 아이들 사이에서 표준 중국어가 일상 대화의 기본 언어가 되고 있으며, 티베트어는 부모가 특별히 강제하지 않으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언어 상실은 곧 가족 관계와 종교 전승의 약화로 이어진다. 어린 세대가 조부모와 티베트어로 깊이 대화하지 못하게 되면, 가정 안에서 전해지던 역사·신앙·예절·생활문화도 함께 끊어진다.
HRW는 이런 변화가 티베트 아동들 사이에서 “티베트어와 티베트 정체성이 열등하다”는 인식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한 민족의 언어를 교육 현장에서 밀어내는 일이 결국 그 민족의 자기 이해와 자존감까지 흔드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이를 ‘국가 통합’과 ‘교육 현대화’로 포장한다. 그러나 소수민족의 모국어 교육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전통 종교와 문화를 배제한 채 국가 이념을 주입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통합이 아니라 동화이며, 교육이 아니라 문화적 압박이다.
특히 티베트처럼 종교와 언어가 공동체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는 지역에서 유치원 단계부터 티베트어를 밀어내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티베트 문화를 박물관 속 유물로 만들 위험이 크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4월 24일 의회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외교관, 언론인, 연구자, 관광객의 티베트 접근을 계속 제한하고 있으며, 감시와 위협을 통해 외부의 독립적 조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과 제프 머클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4월 29일 「티베트 잔혹행위 판단법」을 발의해, 미 국무장관이 중국 당국의 티베트 정책이 집단학살 또는 반인도범죄에 해당하는지 의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티베트 문제는 더 이상 먼 지역의 소수민족 문제가 아니다. 언어를 지우고, 종교를 배제하며, 아이들의 정체성을 국가가 재설계하려는 시도는 전체주의 체제가 인간과 공동체를 다루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특히 유치원이라는 가장 취약한 교육 공간을 동원해 한 민족의 기억과 언어를 약화시키는 것은 국제사회가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될 인권 문제다.
중국이 진정으로 다민족 국가의 조화와 통합을 말하려면, 티베트 아동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먼저 티베트어와 티베트 문화가 존중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한 민족의 기억이고, 신앙이며, 가족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생명선이다. 그 생명선을 유치원부터 끊어내는 정책은 교육의 이름을 빌린 문화 말살에 가깝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