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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오마주” 몇 장면으로 후계 확정?

2026-04-09 07:41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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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북한 선전서사에 끌려가는 것 아닌가


국가정보원이 김정은의 딸로 알려진 김주애를 사실상 후계자로 보는 듯한 판단을 내놓으면서, 정작 문제로 떠오른 것은 북한의 후계구도보다도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의 분석 수준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의도된 연출과 상징정치를 냉정하게 해부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그 상징을 그대로 받아 적으며 “후계 서사 구축”이라는 결론부터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정원은 4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김주애가 최근 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탱크 조종과 사격 장면이 김정은의 후계자 시절을 “오마주”한 연출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러한 장면들이 여성 후계자에 대한 의구심을 희석시키고 후계 서사 구축을 가속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정보위원회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내용만 보면, 국정원은 이번에 한층 더 분명하게 김주애를 “후계자로 봐도 된다”는 쪽으로 기운 모습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다. 북한이 보여준 것이 곧 북한의 진실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폐쇄 권위주의 체제의 최고지도자 가족 공개행보는 원래부터 메시지 설계의 산물이다.

더구나 김주애의 등장은 지금까지 대부분 김정은의 곁에서 이뤄졌고, 독자적인 권력행사나 조직장악, 인사개입, 정책결정의 흔적이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로이터가 인용한 전문가들 역시 이런 장면들만으로 후계 확정을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이번에 내놓은 설명은 북한 선전매체가 의도적으로 꾸며낸 장면을 해석한 수준에 머무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탱크를 몰았다”, “사격을 했다”, “김정은을 닮은 연출이다”라는 식의 해석은 상징 읽기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곧 후계구도 확정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정보기관의 본령은 연출된 장면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장면 뒤에 있는 실제 권력배치와 내부 승인 여부, 경쟁자 존재, 혈통 내 우선순위를 교차 검증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는 그런 냉정한 정보분석이라기보다, 북한이 던진 이미지 조각들을 한국 사회에 다시 확대 재생산한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김주애라는 이름 자체도 북한 당국이 공식 확인한 바 없다. 공개적으로 널리 알려진 “주애”라는 이름은 2013년 데니스 로드먼이 영국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과 리설주 부부의 아기 주애를 안았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고, 로이터도 당시 그렇게 보도했다.

이후 한국 정보당국과 언론이 그 이름을 유력하게 사용해왔지만, 북한이 직접 확인한 적은 없다. 따라서 이름 문제부터 이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일각의 반론은 더 날카롭다. 북한 문제에 정통하다고 자처하는 일부 소식통과 전직 정보 인사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의 가족사와 후계구도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며, 공개된 딸의 상징적 부각만으로 실제 후계자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은 김정은 주변 여성관계, 비공개 자녀, 그리고 아들 존재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현 단계의 공개행보만으로 후계구도를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 역시 공개적으로 검증된 정보는 아니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보기관이라면 어느 한쪽 서사에 쉽게 올라타서는 안 된다.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문제라면, 연출된 선전 이미지를 곧장 “후계 확정 신호”로 읽는 것 역시 다른 종류의 비약일 뿐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정보기관은 풍문을 걸러내야 하고, 동시에 공개 선전도 걸러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정원의 모습은 둘 중 하나만 하고 있는 듯하다. 확인되지 않은 대안 시나리오는 일축하면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보여준 장면에는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초보적인 분석의 전형이다. 정보는 의심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의심보다 해석이 앞섰고, 검증보다 서사가 앞섰다.

김정은은 아직 40대 초반이며, 북한 체제 특성상 너무 이른 시점의 공개적인 후계 확정은 오히려 자신의 권위를 잠식할 수 있다.

AP 역시 이번 국정원 판단을 전하면서, 비판자들이 “김정은이 아직 젊은 편이라 자신의 권위를 약화시킬 정도로 서둘러 후계자를 지정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런 체제 논리를 감안하면, 지금의 김주애 부각은 후계 확정보다도 왕조 정통성 과시, 혈통 정치의 재강조, 내부 결속용 상징 소비일 가능성을 함께 열어둬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이라면 “그럴 수 있다”와 “그렇다”를 구분해야 한다. 김주애가 유력한 카드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확정된 후계자라는 뜻은 아니다.

더구나 이름부터, 내부 승인 여부부터, 경쟁 변수부터, 남성 자녀 존재 여부까지 불투명한 사안을 두고, 몇 장의 사진과 몇 차례의 군사행보를 근거로 후계 서사 완성을 논하는 것은 분석이라기보다 추정의 정치화에 가깝다. 북한의 선전은 원래 믿으라고 만드는 것이다. 국정원은 그것을 믿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북한을 읽는 눈이 흐려지면, 정보기관은 적의 연출을 해독하는 주체가 아니라 그 연출을 국내에 중계하는 확성기로 전락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후계 확정” 프레임이 아니다.

공개 선전, 인적 정보, 내부 동향, 혈통 정보, 권력기관 배치, 해외 정보자산의 교차 검증을 통해 “무엇을 아직 모르는가”부터 정리하는 냉정함이다. 정보기관이 먼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국가는 가장 비싼 비용으로 가장 불확실한 이야기를 사게 된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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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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