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결정이다.
그동안 남북 관계를 이유로 유보해왔던 입장에서 벗어나 “인권은 보편적 가치”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실제로 이번 결정은 한국이 다시 ‘가치 외교’의 궤도로 복귀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을 외치면서, 정작 국내에서는 북한인권 관련 예산이 사실상 ‘0원’ 이라는 점이다. 이 극단적인 괴리는 단순한 정책 미비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정부 스스로 내세운 원칙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구조적 모순이다.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는 외교적 선언이다. 그러나 인권 정책의 본질은 선언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정 투입과 실행력에 있다. 탈북민 보호, 북한 인권 실태 조사, 정보 유입 확대, 국제 협력 사업 등 어느 하나도 ‘예산 없이’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이 사실상 전무하다면, 국제사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는 결국 두 가지 해석으로 귀결된다. 첫째, 정부가 인권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의지가 없는 경우이든지, 둘째, 국제사회를 향한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한 경우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다. 지금의 정책은 ‘원칙 외교’가 아니라 ‘이미지 외교’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는 단순한 외교 카드가 아니라, 2천만 주민의 생명과 존엄이 걸린 문제다. 이를 국제무대에서만 강조하고 국내에서는 방치한다면, 이는 사실상 ‘이중적 태도’이며, 더 나아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기만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 내부의 정책 불일치다. 외교부는 공동제안국 참여를 통해 인권 중심 외교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통일부는 이에 상응하는 정책적 뒷받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 대화와 긴장 완화를 강조하며 인권 문제를 후순위로 두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내세운 “보편적 가치 중심 외교”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한쪽에서는 인권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상황의 엇박자는 단순한 부처 간 견해 차이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방향성 자체가 정립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국민과 국제사회는 묻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준은 무엇인가?” 인권인가, 대화인가. 원칙인가, 상황인가. 둘 다 중요하다는 모호한 답변으로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이번 북한인권결의안 참여는 분명 올바른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반드시 따라야 할 조건이 있다.
첫째, 북한인권 관련 예산을 즉각 정상화하고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 탈북민 보호와 북한주민 알권리 제공 등 구체적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셋째, 정부 부처 간 메시지를 통일하고 일관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결여된 상태에서의 인권 외교는, 결국 선언적 정치에 그칠 뿐이다.
북한 인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인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 참여와 ‘0원 예산’이라는 이 모순이 단순한 정책 공백인지, 아니면 의도된 이중 전략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제사회는 선언이 아니라 행동을 본다. 그리고 국민 역시, 말이 아니라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