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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오늘] 북한 안과병원 보도의 ‘수령 찬양’

2026-10-29 20:42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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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경안과종합병원 10주년 앞두고 의료 성과보다 김정은 ‘사랑’ 부각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류경안과종합병원 개원 10주년을 앞두고 병원의 진료 실적과 시설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제공된 보도는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료의 역할보다 병원 건립과 운영을 김정은 개인의 ‘사랑과 은정’으로 포장하는 데 집중했다.

주민이 누려야 할 의료서비스를 지도자에게 감사하고 보답해야 할 시혜로 바꾸는 북한식 선전의 특징이 드러난다.

보도에 따르면 류경안과종합병원은 2016년 10월 30일 개원했으며, 이후 수십만 명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백내장초음파유화흡인술과 유리체망막수술 등 전문 치료를 시행하고, 1만4,500여 차례의 원격 협의를 진행했다는 설명도 담겼다.

안과 전문치료의 확대와 의료진 양성은 주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를 평가하려면 수술 건수와 시력 개선 정도, 합병증 발생률, 치료비 부담, 지역별 환자 이용 현황 등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해당 보도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수십만 명’이라는 실적 역시 실제 환자 수인지, 반복 방문을 포함한 누적 진료 건수인지 분명하지 않다.

특히 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첨단수술을 받고 “모두 광명을 되찾았다”는 서술은 대상 환자 수와 질환별 치료 결과가 제시되지 않아 의학적 성과를 판단할 근거로 삼기 어렵다. 감동적인 표현이 구체적인 임상자료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시계와 의자까지 ‘수령의 은정’.. 지워지는 의료진의 역할

보도는 대기실 시계와 의자, 입원실 텔레비전과 냉동기, 샤워실 유리문까지 김정은의 세심한 배려를 보여주는 사례로 열거했다. 환자의 편의를 위한 시설과 병원의 기본적인 운영 사항마저 최고지도자의 특별한 은혜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병원을 유지하는 힘은 의료진의 전문성과 노동, 안정적인 재정과 의약품 공급, 시설 관리에서 나온다. 이를 지도자의 배려로만 환원하면 공공의료를 책임져야 할 국가의 의무는 흐려지고, 주민에게는 감사와 충성의 의무가 앞세워진다.

의료진의 연구와 수술법 개발 역시 같은 구도로 서술됐다. 보도는 의사들의 성과를 소개하면서도 그 동력을 ‘당의 사랑에 보답하려는 열정’에서 찾았다. 환자 치료의 성취가 의료인의 전문적 책임보다 정치적 충성의 결과로 해석되는 구조다.

평양의 전문병원, 지방 주민도 이용할 수 있나

현대적인 전문병원의 존재만으로 전체 주민이 양질의 의료를 누린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핵심은 어느 지역에 살든 필요한 시기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검사와 수술에 필요한 비용과 이동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다.

해당 보도에는 지방 환자의 의뢰·이송 체계, 입원 대기기간, 의약품과 수술 소모품의 공급 실태, 안경 구입에 드는 비용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각계층 주민이 병원을 찾는다는 설명만으로 의료 접근성의 형평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원격 협의 실적도 마찬가지다. 협의가 몇 차례 이뤄졌는지를 넘어 실제 치료로 얼마나 연결됐고, 지역 의료기관의 진료 역량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보도는 이러한 결과보다 숫자를 나열하며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데 머물렀다.

주민의 시력을 지키는 일은 국가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보건 책임이다. 치료받은 주민이 정치적 감사를 표해야 할 이유는 없다. 병원의 가치는 ‘만세’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치료의 질과 접근성, 환자가 존중받는 정도로 평가돼야 한다.

북한 당국이 류경안과종합병원을 진정한 ‘인민의 병원’으로 내세우려면 지도자의 일화를 반복하기보다 검증 가능한 진료 성과와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공개해야 한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을 요구하는 ‘사랑의 집’이 아니라, 권리로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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