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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64] 바티칸과 러시아

2026-09-17 08:58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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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the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윤리·공공정책센터 선임연구원


바티칸의 ‘외무장관’인 폴 갤러거(Paul Gallagher) 대주교(공식 직함으로는 국가 및 국제기구 관계 담당 국무원 외무장관)는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푸틴 정권의 고위 당국자들과 러시아 정교회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 방문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당시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던 한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친구는 이 방문을 두고 “초현실적”이라고 표현했다. 아마도 러시아가 갤러거 대주교의 외교적 방문에 화답하기는커녕 평화를 향한 어떠한 몸짓도 보이지 않은 채, 키이우와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에서 민간인을 겨냥한 살인적인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오히려 강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스비아토슬라우 셰우추크 대주교(2022년 2월 러시아의 키이우 전격 침공이 성공했더라면 러시아군에 의해 암살되었을 인물이다)는 러시아의 침략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촉구한 갤러거 대주교의 호소를 환영하면서도, 이번 방문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이는 마치 하데스의 깊은 곳에서 죽은 이들의 부활에 관한 설교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데스로 내려가는 것과도 같다.”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훨씬 더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ACI 스탐파의 보도에 따르면, 라브로프는 갤러거 대주교와 회담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상황에 심대한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연방과 바티칸의 관계는 계속해서 신뢰와 우정, 실용주의로 특징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라브로프는 또한 “우크라이나와 그 주변 지역의 상황에 관해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바티칸의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는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하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가 내일 아침 해가 동쪽에서 뜰 것이라고 말한다 해도 믿어서는 안 될 정도다. 그럼에도 그가 선택한 표현들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적어도 그는 바티칸의 최고위급 관리 가운데 한 사람이 배석한 자리에서 어느 정도까지 말해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변화된 “지정학적 상황”이라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잔혹한 침략 전쟁과, 우크라이나의 유럽 동맹국들을 상대로 벌이는 하이브리드 전쟁(이 사실은 9월 초 독일 내무장관도 마침내 공개적으로 인정했다)을 묘사하는 완곡어법으로서는 신기록을 세울 만한 표현이다.

그리고 “실용주의”라는 말은 또 무엇인가?

라브로프는 성좌의 외교가 도덕적 원칙이나 토대를 결여하고 있다는 뜻을 암시한 것인가?

바티칸의 “우크라이나와 그 주변 지역의 상황에 관한 균형 잡힌 입장”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또 하나의 암묵적인 모욕이었다. 그 표현은 마치 갤러거 대주교와 성좌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그리고 레오 14세 교황이 2022년 2월 누가 누구를 침공했으며, 어떠한 의도로 침공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듯 암시했기 때문이다.

바티칸 외교는 때때로 전쟁포로의 석방이나 러시아에 의해 납치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환과 같은 인도주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러한 파렴치한 궤변을 감내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거짓말들이 언제까지나 아무런 반박 없이 방치된다면, 그러한 인내에는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갤러거 대주교는 또한 러시아 정교회에서 ‘대외 관계’(곧 교회일치 운동과 국제 관계를 모두 의미한다)를 책임지고 있는 볼로콜람스크의 안토니 관구장도 만났다.

갤러거 대주교는 러시아 방문을 마친 뒤 바티칸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안토니 관구장과 성좌 사이에는 매우 우호적이고 형제적인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주교는 특히 국제 정세를 둘러싸고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서로가 복음의 길을 따르도록 격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아 이번 회동은 “매우 고무적인 만남”이었다는 것이다.

갤러거 대주교의 모스크바 방문보다 2주 반 앞서, 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Houses of Worship’ 칼럼에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의 신간을 논평하는 글을 실었다.

그 책에서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옹호했는데, 그 논리는 오직 이단적이고 신성모독적이라고밖에는 부를 수 없는 것이었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견해가 아니다. 동방 정교회의 지도자들 가운데 ‘동등한 이들 가운데 첫째’로 여겨지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 역시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칼럼에서 너무나 명백한 사실을 지적했다.

키릴 총대주교를 상대할 때 바티칸 관계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종교 지도자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교회를 러시아 국가 권력에 종속시키고, 그 과정에서 복음을 배반한 크렘린의 대리인이다.

키릴 총대주교 덕분에 현재의 자리에 오른 안토니 관구장이 그 총대주교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매우 우호적이고 형제적인 관계”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러한 관계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러시아 정교회와 진지한 교회일치적·신학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을 오히려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오늘날 세계는 진정한 도덕적 지도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것은 ‘실용주의’를 넘어서는 지도력이며,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지도력이다. 세계 정치에서 성좌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이러한 도덕적 증언의 힘이다.

바티칸 외교에 관한 로마의 사고는 바로 이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어디에서도 출발해서는 안 된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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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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