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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서민들과 청년들이 통곡하고 있다. 한때 정부와 정치권이 앞다퉈 자랑하던 코스피의 기록적인 상승은 이제 수많은 개인투자자의 처참한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예금과 적금을 깨고, 퇴직금을 옮기고, 심지어 빚까지 내어 주식시장에 뛰어든 국민의 계좌가 속절없이 녹아내리고 있다.
물론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 주식시장에서 모든 손실을 국가가 대신 책임질 수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기관이 연일 주가지수 상승을 정권의 경제적 성과처럼 선전하고 국민의 ‘머니 무브’를 부추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가는 냉정한 감독자여야지 증시의 응원단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올해 코스피가 7000선을 돌파하며 주식 열풍이 거세지던 당시 신용융자 잔액은 1년 전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불어났고, 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 역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상승하는 지수만 내세웠을 뿐, 그 이면에서 커져가는 빚투와 투기적 쏠림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문제다. 이 상품에는 14조 원이 넘는 돈이 몰렸고, 보유자의 약 92%가 개인투자자였다. 금융당국은 연속 하락장에서 손실률이 37%까지 확대된 사례를 확인하고서야 위험성을 인정했다. 일부 레버리지 상품의 자산 규모는 불과 짧은 기간에 35∼45%가량 감소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뒤늦게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한다”며 후회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품의 정책적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부작용은 지나치게 커졌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감독기관의 수장이 자신의 정책 판단을 이처럼 자조적으로 평가해야 할 정도라면 이는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명백한 정책 실패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아야 했다면 왜 막지 않았는가.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면 왜 증권신고서를 수리했으며, 왜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는가. 상품을 허용할 때는 정부가 앞장서고, 손실이 현실화하자 이제 와서 후회한다는 말로 책임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에게 경고문 몇 장을 보내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도입 결정 과정과 일정이 앞당겨진 경위, 관계기관의 위험성 검토 내용,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수익 구조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았다면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브라질을 국빈 방문해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과 국빈 오찬, 문화공연과 리셉션 일정을 이어갔다. 양국 간 경제·외교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수많은 국민이 주가 폭락으로 절망하고 있는데 청와대는 화려한 정상외교 장면만 홍보한다면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과 분노를 외면하는 처사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룰라식 포퓰리즘을 닮은 정책적 낙관론이나 정상 간의 친밀감을 강조하는 홍보가 아니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고, 재정과 금융시장의 위험을 관리하며, 땀 흘려 번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책임정치다. 국내 경제가 흔들리고 서민의 계좌에서 곡소리가 나는 상황에서 외국 정상과 웃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민생의 절박함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주가지수는 정권의 치적을 장식하는 전광판이 아니다. 그 숫자 하나하나에는 국민의 노후자금과 전세금, 청년들의 결혼자금과 미래에 대한 마지막 희망이 담겨 있다. 정부가 상승장의 축포를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면 폭락장의 비명에도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