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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학생 지도자 출신으로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해온 장보리(張伯笠·Zhang Boli) 목사의 자택이 침입 절도 피해를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장 목사는 단순한 재산 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공산당에 반대해 온 해외 망명 인사를 겨냥한 ‘초국가적 탄압’일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장 목사는 7월 18일 미국 현지시간으로 자신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자택 침입 사건의 경위와 피해 상황을 공개했다. 그는 최근 어느 일요일 하루 종일 교회에서 예배와 봉사 일정을 마친 뒤 오후 7시께 귀가했다가 집 안이 심하게 어질러지고 귀중품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장 목사가 공개한 설명에 따르면 침입자는 집 안의 특정 공간만 뒤진 것이 아니라 주택 내부를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범인이 현금이나 귀중품뿐 아니라 중요한 문서 또는 개인 정보가 담긴 자료를 찾으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 목사는 사건 현장을 확인한 경찰관이 자신에게 “누구의 원한을 샀느냐”는 취지로 물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발언과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장 목사 측의 설명에 따른 것으로, 현지 경찰의 공식 수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이번 사건을 중국 당국과 연계된 정치적 범행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주거 침입 절도인지, 장 목사의 정치·종교 활동과 관련된 표적 범행인지는 경찰의 과학수사와 주변 폐쇄회로 영상, 통신·차량 기록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장 목사의 이력과 중국 당국의 해외 반체제 인사 탄압 전력을 고려할 때 그가 제기한 의혹을 단순한 피해자의 과민반응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목사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당시 베이징대 학생 조직과 단식투쟁 지도부 등에서 활동한 주요 인물이다. 민주화운동 진압 이후 중국 당국의 추적을 피해 망명했으며, 이후 미국에서 목사로 활동해 왔다.
현재 미국 풍수화하(豊收華夏)기독교회 계열의 담임목사로 소개돼 있다. 인권단체 자료에도 그는 톈안먼광장 단식투쟁대 부지휘관과 선전 책임자 등을 맡았던 학생 지도자로 기록돼 있다.
그는 미국 망명 이후에도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와 종교 탄압을 비판하고 중국 내 가정교회와 수감된 종교 지도자들의 상황을 알려왔다. 이런 배경 때문에 장 목사와 일부 지지자들은 이번 침입이 재산 절취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경고나 정보 수집을 위한 행동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국의 ‘중화인민공화국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이 법 제63조는 “중화인민공화국 밖의 조직과 개인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민족단결과 진보를 파괴하고 민족분열을 조성하는 행위를 한 경우 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고 규정한다. 법의 적용 범위를 중국 영토 밖의 조직과 개인에게까지 명시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 법은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문제는 ‘민족단결 파괴’나 ‘민족분열 조성’이라는 표현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중국 당국이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홍콩, 대만 문제 또는 소수민족·종교 정책에 대한 비판을 자의적으로 ‘분열 행위’로 규정할 경우, 해외 인권운동가와 종교인, 언론인까지 중국 입국 과정에서 조사나 형사처벌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법이 곧바로 장 목사의 자택 침입 사건과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 법률을 통해 해외 비판자들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사실은 망명 인사들이 느끼는 위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내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고 협박한 사례는 이미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여러 차례 드러났다.
미 법무부는 2023년 중국 공안부 소속 경찰관 등 40여 명을 미국 거주 중국계 민주화 인사들을 온라인에서 괴롭히고 위협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가짜 사회관계망 계정을 이용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인사들을 공격하고 표현을 차단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공안부의 지시에 따라 불법 해외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를 받은 인물이 2026년 5월 미국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검찰은 해당 시설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해외 인사들을 추적하고 통제하기 위한 활동에 이용됐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초국가적 탄압을 외국 정부가 국경을 넘어 정치적 반대자와 언론인, 종교·민족 소수자, 망명자 등을 위협하거나 감시하고 침묵시키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5])
크리스토퍼 레이 전 FBI 국장도 2020년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경고하면서 당시 FBI가 약 10시간마다 중국 관련 방첩 사건을 새로 수사하고 있으며, 진행 중이던 약 5천 건의 방첩 사건 가운데 거의 절반이 중국과 관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수치는 2020년 당시의 현황으로, 현재의 사건 규모를 나타내는 통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장 목사가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정보요원이 아니며, 침입자가 집 안을 뒤져 재산을 훔친 정황이 있는 만큼 일반적인 절도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협박이 목적이었다면 낙서나 협박문, 시설 파괴처럼 의도를 직접 드러내는 방식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장 목사가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망명 인사이고 최근까지 중국 공산당과 종교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범행의 목표와 침입자가 무엇을 가져갔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미국 수사당국은 일반 절도 가능성뿐 아니라 피해자의 정치 활동, 분실된 문서와 전자기기, 침입자의 수색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중국 정부와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섣부른 정치적 단정은 경계해야 하지만, 반대로 단순 절도로 예단해 초국가적 탄압의 가능성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미국 영토 안에서 표현과 신앙의 자유를 행사하는 망명 인사가 외국 정권의 감시나 협박을 받는다면 이는 개인 한 사람의 안전을 넘어 미국의 주권과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침해다.
장보리 목사 자택 침입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현지 경찰과 연방 수사기관의 철저하고 투명한 규명이 요구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