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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또다시 대규모 당·내각 회의를 열고 ‘강령 관철’을 강조했지만, 정작 경제와 민생의 실질적 변화와는 거리가 먼 형식적 정치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내각당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는 겉으로는 국가 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포장됐지만, 내용은 기존 구호의 반복과 충성 결의의 재확인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사상·기술·문화의 3대 혁명’과 ‘시정연설 관철’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구호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반복되어온 낡은 프레임이다.
북한은 여전히 경제 실패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나 정책 실패가 아닌 ‘사상적 결속 부족’에서 찾고 있으며, 이는 체제 책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결국 “정치사상적 통일”이라는 표현은 주민 통제 강화를 의미할 뿐, 생산성 향상이나 산업 혁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회의에서는 ‘자주·자립·자위’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국제사회와의 협력 대신 고립을 선택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이미 제재와 외화 부족, 산업 기반 붕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경제 상황에서, 자립 노선의 고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선택이다.
외부 기술과 자본 없이 “질적 발전”을 이루겠다는 주장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회의에서 강조된 또 하나의 핵심은 ‘엄격한 계획 규률’과 ‘국가의 통일적 지휘’였다. 이는 시장 요소를 억제하고 중앙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비공식 시장(장마당)이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계획경제를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주민들의 생존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회의에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와 ‘복리 증진’이 강조됐지만, 이는 북한 당국이 자주 사용하는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실제로는 식량난, 에너지 부족, 의료 체계 붕괴 등 기본적인 생활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책의 초점이 주민 삶의 개선이 아니라 체제 유지와 충성 동원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구호는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를 더욱 부각시킨다.
이번 내각당위원회 전원회의는 새로운 정책이나 실질적 대안 없이 기존 노선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결정서 채택’과 ‘일치가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는 북한 정치의 전형적인 특징이지만, 이는 다양한 의견이나 정책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북한의 문제는 회의의 부족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체제 그 자체에 있다. 구호와 결의가 아닌, 실질적 개혁과 개방 없이는 ‘획기적 전진’이라는 표현은 앞으로도 반복되는 선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