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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의 경기 국가연주때 침묵하는 이란 선수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했던 이란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망명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수들이 귀국할 경우 신변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호주 정부가 일부 선수에 대한 보호 조치를 검토하면서 사안은 외교·인권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주가 이란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위험한 상황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끔찍한 인도주의적 실수가 될 수 있다”며 망명 허용을 촉구했다.
그는 “이 선수들이 돌아갈 경우 살해될 가능성도 있다”며 “호주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그들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추가 게시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직접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총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이미 5명의 선수는 보호 조치를 받았고 나머지 선수들도 이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선수들은 가족의 안전을 우려해 귀국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몇 선수들은 귀국하지 않을 경우 가족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상황의 민감성을 강조했다. 그는 “호주 총리가 이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2일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였다. 한국과의 경기 전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국가 연주 때 노래를 부르지 않고 침묵한 장면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는 이란 정부에 대한 정치적 항의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이후 5일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 부르고 거수경례까지 하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선수들이 외부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 당국과 친정부 매체들은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이란 국영 TV 진행자인 모하마드 레자 샤바지는 방송에서 “전쟁 상황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것은 수치와 애국심 결여의 극치”라며 “이들을 단순한 시위자로 보지 말고 전시 반역자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발언이 선수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란에서는 과거에도 국가대표 선수나 예술가가 정부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뒤 귀국 후 제재나 압박을 받았다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와 정치, 인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권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쟁이 돼 온 이란에서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보인 행동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으면서, 향후 망명 여부와 각국의 대응이 또 다른 외교적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