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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3월 8일 국제부녀절을 맞아 김정은의 참석 아래 대규모 기념공연을 열었다며 대대적인 선전전에 나섰다. 그러나 화려한 공연과 찬양 일색의 보도 뒤에는 북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열악한 현실과 구조적 차별이 여전히 가려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부녀절 기념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보도하며 김정은이 리설주와 자녀와 함께 참석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공연장 분위기를 “여성들의 환희와 격정으로 설레였다”고 묘사하며, 김정은이 전국 여성들에게 축하 연설을 하고 “혁명의 든든한 기둥인 조선 여성들의 수고에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연에서는 노동당 찬가와 애국주의 노래가 울려 퍼졌으며, 여성들이 “당과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혁명가이자 공산주의 어머니”라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강조됐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행사들이 실제 여성 권익 증진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체제 선전 행사라고 지적한다. 북한 당국은 매년 국제부녀절을 맞아 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행사를 개최하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당과 지도자를 찬양하는 정치 선전으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여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혁명가’나 ‘공산주의 어머니’라는 이념적 틀에 갇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성의 사회적 권리나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와 당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여성들의 현실은 공식 선전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탈북민 증언과 국제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여성들은 시장 활동과 생계 부담을 사실상 떠맡고 있으며, 정치적 권력 구조에서는 여전히 주변적 위치에 머물러 있다.
또한 성폭력 문제나 인권 침해 문제는 공론화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에서 여성들이 구금시설이나 조사 과정에서 성적 폭력을 겪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북한 관영매체는 이러한 현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김정은을 “여성들을 가장 귀중한 존재로 세우는 위대한 어버이”라고 찬양하는 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전이 체제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연출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최근 노동당 제9차 대회 이후 내부 결속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여성들을 동원한 대규모 충성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북한 연구자는 “북한의 국제부녀절 행사는 여성 권리 향상과는 무관하며, 여성들을 체제 충성의 상징으로 활용하는 정치 이벤트에 가깝다”며 “실제 여성 인권 문제는 여전히 북한 사회에서 가장 말하기 어려운 영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결국 평양에서 울려 퍼진 화려한 합창과 환호는 북한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체제 선전의 무대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겉으로는 여성들을 ‘혁명의 기둥’이라 칭송하지만, 정작 그들의 삶과 권리는 여전히 국가와 당의 선전 속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