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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망명 홍콩인을 감시하고 강제로 송환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홍콩 관련 비밀 공작 사건이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영국 사법당국은 홍콩 전직 경찰관들이 배후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영국 내 협력자들을 동원해 반체제 인사를 감시·납치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런던 중앙형사재판소(Old Bailey)는 지난 5~6일 홍콩 주런던 경제무역사무소와 연계된 국가안보 사건에 대한 심리를 이어갔다.
검찰은 개시 진술에서 피고인들이 영국에 망명한 홍콩 민주화 인사를 조직적으로 감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경 간 회수(cross-border retrieval)’라 불리는 사실상의 강제 송환 작전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홍콩 전직 경찰이 지휘한 비밀 작전
검찰에 따르면 이번 작전의 표적은 영국 웨스트요크셔에 거주하는 홍콩 출신 활동가 모니카 콴(Monica Kwong)이다. 감시는 2023년 말 시작됐으며 작전 코드명은 ‘오퍼레이션 워링턴(Operation Warrington)’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홍콩 전직 경사 손화흥과 전직 경감 탁영상이 작전을 총괄 지휘했으며, 영국 국경관리 조직과 연계된 인물 위지량을 통해 현지 감시 활동이 진행됐다. 위지량은 콴의 거주지와 주변을 반복적으로 찾아가 동향을 확인하는 등 지속적인 감시 활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4월 말 두 홍콩 전직 경찰이 직접 런던에 입국하면서 작전은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공범 매튜 트리켓이 콴의 집 앞에서 물을 뿌린 뒤 “정비공 데이브”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누수 점검을 핑계로 문을 열게 하려 한 장면도 포함됐다. 공범들은 문틈으로 내부를 촬영할 수 있는 ‘내시경 카메라’를 사용하려는 계획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데이터베이스 불법 조회
검찰은 또 위지량이 2024년 1월 병가 중 무단으로 영국 내무부의 ATLAS 출입국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콴의 입국 기록과 거주 주소를 조회한 뒤 이를 홍콩 경제무역사무소 행정 매니저 위안쑹뱌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가 체포될 당시에는 런던시 경찰 경사 임명장으로 보이는 위조 신분증도 발견됐다. 조사 결과 그는 정식 경찰관이 아니라 자원 형태의 특별 경찰관에 불과했으며, 컴퓨터에서는 신분증 위조 방법과 자물쇠 해제 기술 등을 검색한 기록이 발견됐다. 특히 온라인에서 문서 위조와 잠금장치 해제 방법 등을 검색한 흔적도 확인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단순 채무 문제 해결을 넘어서 영국 내 반체제 홍콩인과 중국 인권운동가에 대한 정보 수집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콩 경찰 출신으로 현재 중국계 기업 보안 책임자로 일하는 조지 리의 지시에 따라 영국 내 활동가들의 ‘반중 활동’ 여부를 조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고인 위안쑹뱌오는 경찰 조사에서 “단지 친구를 도와준 것뿐”이라며 외국 정보기관과의 연관성이나 금전적 대가를 부인했다. 위지량 역시 차이나타운에서 위안을 알게 됐으며 자신의 보안회사 D5 Security가 관련 업무를 맡았다고 주장했다.
대대적 감청 끝에 ‘일망타진’
영국 경찰은 지난해 5월 작전이 실행되는 순간 현장에서 동시에 체포 작전을 벌여 총 11명을 붙잡았다. 체포된 인물 가운데에는 홍콩 전직 경찰 손화흥과 탁영상, 중국계 여성 사업가 등도 포함됐다.
수사 당국은 장기간 통신 감청과 추적 수사를 통해 이들의 활동을 파악한 뒤 일망타진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중국과 홍콩 당국이 해외에서 반체제 인사를 감시하거나 강제 송환하려 한다는 이른바 ‘초국가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 논란을 다시 촉발시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재판 결과에 따라 외국 정부의 영국 내 비밀 공작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