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268] 인류의 구세주 :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회칙
  • 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the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윤리공공정책센터 수석연구원

  • 47년 전,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그의 첫 번째 회칙 「인류의 구세주(Redemptor Hominis)」를 발표하였다.

    수세기에 걸쳐 이어져 온 교황 회칙의 전통 가운데서 그리스도교적 인간 이해를 주제로 삼은 첫 번째 문헌이었던 「인류의 구세주」는, 한편으로는 제임스 히키 추기경이 표현했듯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재위 전체를 위한 일종의 “프로그램 노트”와 같은 것이기도 했다. 즉위 이후 26년 동안 그가 거듭 강조하게 될 위대한 주제들 - 특히 모든 인간 생명의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과 무한한 가치 - 을 미리 제시한 것이었다.

    또한 이 주제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속과 연결함으로써, 폴란드 출신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에 요청했던 방향—곧 그리스도 중심성(Christocentricity), 즉 교회의 자기 이해와 세상을 향한 교회의 메시지를 다시금 그리스도 중심으로 회복하는 것—안에 자신을 분명히 자리매김하였다.

    「인류의 구세주」에서 가장 서정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요한 바오로 2세가 세상이 알기를 원했던 것, 그리고 교회가 어떠하기를 원했던 것을 가장 잘 요약해 준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사랑이 그에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사랑을 만나지 못한다면,
    사랑을 체험하여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삼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 사랑에 깊이 참여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도 이해될 수 없는 존재로 남으며
    그의 삶은 무의미하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구세주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을 인간 자신에게 완전히 드러내신다.”

    또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시대, 특히 오늘날에 있어서 교회의 근본적 사명은 인간의 시선을 이끌어 주고,
    인류 전체의 의식과 경험을 하느님의 신비로 향하게 하며,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이루어지는 구속의 깊이를 더욱 친숙하게 알도록 돕는 것이다.

    교황이 되기 전 카롤 보이티와(Karol Wojtyła)는 저명한 철학 교수이자 경험 많은 사목자였다. 그는 현대 세계가 추구하는 “진정성”, 그리고 자기 발견에 대한 열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자아를 찾으려는 탐구가 결국 자기애적 나르시시즘의 감옥에 갇힐 위험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인류의 구세주」에서 참으로 진정한 자기 발견의 여정은 “자기 자신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다”고 가르쳤다(이 표현은 J. 마이클 밀러 대주교가 간결하게 정리한 말이다).

    따라서 회칙을 다음과 같은 담대한 선언으로 시작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주와 역사 전체의 중심이시다.”

    이 선언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분명한 고백이었으며, 동시에 인간을 자기중심성과 유아론의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선언이기도 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신의 깊은 체험 속에서 20세기의 수많은 재앙들이 인간 본성, 인간의 기원, 인간 공동체, 인간의 궁극적 운명에 대한 왜곡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높이 들어 올리도록 결심하였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에 관한 진리와 인간에 관한 진리를 드러내시는 분이시며, 또한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하는 자기 헌신적 사랑의 진리를 보여 주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인간 자유의 가장 깊은 의미 - 곧 영원한 생명으로 향하는 자유 - 안에서 인간을 참으로 해방시킨다.

    2026년 1월 10일, 독일 레겐스부르크 교구 웹사이트에 올라온 한 공지문은 「인류의 구세주」의 메시지가 거의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동일하게 중요함을 확인해 준다.

    루돌프 포더홀처 주교는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와 비공개 알현을 가졌으며, 그 자리에서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 계시에 비추어 본 인간 이해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 현대 신학의 도전들을 논의하였다.

    4세기에 그리스도론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인간학(anthropology)이 바로 신앙과 교회의 운명이 결정되는 장이 되고 있다.

    4세기에는 그리스도교 선교와 세계를 향한 봉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질문이 다음과 같았다.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가?” 그분은 하느님의 강생하신 아드님이신가, 아니면 단지 더 낮은 차원의 피조된 반신(半神)에 불과한 존재인가?

    오늘날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의 세계 문화는 인간 조건에 속한 모든 것이 인간 의지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재구성될 수 있다는 생각, 곧 아무것도 ‘주어진 것’은 없다는 주장에 지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그리스도교 선교와 세계 봉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단지 굳어버린 별의 먼지, 수십억 년에 걸친 우주의 무작위적 생화학적 힘이 우연히 만들어 낸 행복한 부산물에 불과한 존재인가? 우리의 욕망 -그것이 무엇이든 -이 곧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가? 그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행복의 전부인가? 아니면 우리는 그보다 다른 존재, 더 위대한 존재, 무한히 더 장엄하고 고귀한 존재인가?

    「인류의 구세주」가 제시하는 답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참되고 생명을 주는 응답이며, 동시에 우리 시대 교회의 사명을 규정한다.

    교회는 단 하나의 목적을 섬기고자 한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각 사람과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가시도록,
    성육신과 구속의 신비 안에 담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리의 힘으로,
    그리고 그 진리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의 힘으로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6-03-05 07:40]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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