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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는 “사회주의전면적발전을 향한 보다 큰 변혁의 시작”을 선언하며 새로운 5개년계획을 제시했다.
지난 5년을 “해방 후 75년과도 구별되는 위대한 승리”로 규정하고, 이제는 그 성과를 토대로 더 높은 단계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과연 이번 당대회가 말하는 “대변혁”은 실질적 전환인가, 아니면 반복되는 정치적 수사(修辭)의 재생산인가. 선전 문구를 걷어내고 냉정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당 대회는 지난 5년간 경제, 국방, 문화,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이며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한다.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지방발전 20×10 정책’, 주요 공업 부문의 정비보강 등을 대표 사례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제는 전면성이다. 평양 중심의 주택 건설이 과연 전국적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는가. 지방 균형 발전이 실제 생활 수준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는가. “정상궤도에 들어섰다”는 산업 부문이 국제 제재와 에너지·원자재 부족 구조 속에서 자생력을 확보했는가.
북한 스스로도 과거 7차 당대회 5개년 전략목표가 “심히 미달”되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8기 5개년 계획은 어떤 객관적 지표로 성공을 검증할 수 있는가. 생산량, 무역 규모, 주민 소득, 식량 사정 등 구체적 수치 없이 “활력”과 “잠재력”이라는 추상적 표현만 반복되는 한, 성과 평가는 선전의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번 총화보고에서 가장 분명한 변화는 국방 분야다. 핵무력 강화 정책의 헌법 명기, 전쟁 억제력 강화, 그리고 2024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한 북러 전략적 밀착은 국제 질서 속에서 북한의 위상을 새롭게 규정하는 사건이었다.
특히 2023년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이후, 양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 협력 수준을 높였다. 해외 작전 부대 파견까지 단행하며 군의 활동 반경을 확장했다는 점은 분명 체제 내부 결속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양면성을 가진다. 군사적 모험주의는 국제 제재를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외교적 공간을 다변화하기보다 특정 축에 더욱 깊이 의존하게 만든다. 국방 중심의 자원 배분은 민생 경제에 구조적 부담을 준다.
“그 어떤 세력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나라”라는 표현은 체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데는 유효할지 몰라도, 주민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보고는 “사상과 령도의 유일성을 핵으로 하는 특유의 정치풍토”와 “조직사상적 통일”의 강화를 최대 성과로 꼽는다. 이는 곧 권력 집중과 내부 이견의 축소를 의미한다.
당의 령도력 강화가 곧 국가 발전의 열쇠라는 논리는 북한 체제의 일관된 공식이다. 하지만 정치적 경쟁이나 정책 검증 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 “유일성”은 발전의 동력이 아니라 경직성의 원인이 될 위험이 있다.
실패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정책 수정의 공개적 토론이 불가능한 구조에서 5개년 계획은 반복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면서도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왔다.
이번 9차 대회 역시 “보다 큰 변혁”을 약속했지만, 정책 결정 구조 자체에 대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6차, 7차, 8차, 그리고 이번 9차 당대회에 이르기까지 매번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선언해왔다.
2021년 8차 대회는 사회주의 전면 건설의 출발을 선포했고, 2026년 9차 대회는 그 다음 단계의 도약을 강조한다. 그러나 단계적 도약이 실질적 체제 전환이나 경제 구조 개혁으로 이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당 대회는 “성공이 기약된 방략”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계획경제의 반복적 실패 경험을 고려하면, 목표의 방대함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이 변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적 동력을 총발동했다”는 표현은 결연해 보이지만, 외부 경제와 단절된 채 내부 동원만으로 고도성장을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는 체제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결속과 자신감을 과시하는 정치 이벤트였다. 그러나 외부에서 볼 때, 그것은 여전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긴다.
먼저 군사적 성과를 넘어 민생의 체질 개선이 가능한가, 정치적 유일성 강화가 혁신을 촉진하는가, 억제하는가, “변혁”이라는 단어가 구조적 개혁을 동반하는가, 아니면 동원 수사에 머무는가.
진정한 변혁은 구호가 아니라 제도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이번 9차 당대회가 또 하나의 “새로운 시대”라는 선언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실질적 정책 전환의 출발점으로 평가될지는 앞으로의 경제 성과와 주민 생활의 실제 변화가 말해줄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