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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은 2월 26일, 김정은이 새로 선거된 제9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이를 “우리 당의 무궁한 존엄과 강화발전을 담보하는 중대한 정치적 사변”으로 규정하며, 참가자들이 “주체의 최고성지”에서 “숭엄한 감정”을 안고 충성의 의지를 다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과연 새로운 정치적 도약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반복되는 권력의 의례를 통해 체제 결속을 재확인하는 상징적 행위에 불과한가.
보도는 9차 당대회를 “전당의 두터운 신임과 기대”가 모인 역사적 사건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변화나 구조적 개혁의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난, 식량난, 국제제재라는 현실적 도전 속에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언급되지 않은 채, 당 지도기관 성원들의 충성 결의와 상징적 참배만이 부각된다.
정치적 사변이라면 제도 개편, 권력 분산, 정책 노선의 전환 같은 실질적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행보는 ‘권력의 재확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장소로, 북한 체제에서 절대적 상징 공간이다. 새 지도기관 성원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권력의 정통성이 ‘수령 유산’에 있음을 재확인하는 정치적 의식에 가깝다.
이는 결국 개인 권위의 근원을 현재의 성과가 아니라, 선대 수령의 신화적 권위에 두는 구조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현대 국가에서 정통성은 법과 제도, 그리고 국민적 합의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성지 참배’라는 상징적 행위를 통해 충성을 증명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보도는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일심일체로 굳게 뭉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집단지도체제라기보다, 단일 권위에의 절대적 복종을 강조하는 언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에서 실패의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하는 점이다. 모든 성과는 최고지도자의 업적으로, 모든 충성은 지도자에 대한 맹세로 귀결된다면, 정책 실패에 대한 제도적 책임 구조는 사실상 사라진다.
최근 9차 당대회를 통해 원로 세대가 물러나고 ‘젊은 피’가 대거 기용되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인적 교체가 곧 권력 구조의 변화는 아니다. 실질적 권력 분산이나 정책 토론의 제도화가 없다면, 이는 단지 세대교체의 외형일 뿐이다.
북한 매체는 “무궁한 존엄”과 “무비의 강대성”을 강조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물가 상승과 식량 불안, 국제적 고립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참배 의식과 충성 결의가 반복될수록, 오히려 주민 삶과 권력 상층부의 상징 정치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질 수 있다. 정치가 상징에 머무를 때, 경제와 민생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번 금수산 참배는 9차 당대회 이후 권력 구조의 ‘안정’을 과시하려는 의례적 행보로 보인다. 그러나 안정과 경직성은 다르다.
정통성을 과거의 신화에만 의존하는 체제는 미래의 도전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주민 삶을 개선하는 구체적 정책 없이 상징 정치만 강화된다면, “정치적 사변”이라는 수사는 공허한 반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성지 참배가 아니라, 책임 정치와 실질적 변화다. 그것이 결여된 채 반복되는 의식은, 체제의 자신감을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불안의 징후로 읽힐 수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