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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아미르카비르공대에 벌어진 대학생 시위 |
이란의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대학 캠퍼스가 다시 들끓고 있다. 한 달 전 대규모 유혈 진압으로 위축됐던 반정부 시위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재점화되며, 이란 사회 전반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양상이다.
특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직접 겨냥한 구호까지 등장하면서 정권에 대한 도전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 캠퍼스에서 터져 나온 분노…“하메네이에 죽음을”
현지시간 21일, 테헤란 주요 대학들은 개강 첫날부터 추도 집회와 행진, 연좌 농성으로 들썩였다. 명문 공대인 샤리프공과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최고지도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학생들은 “하메네이에 죽음을”이라는 과격한 구호까지 내세우며 정권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시위는 곧 충돌로 번졌다. 캠퍼스 인근에서 학생들과 바시즈 민병대가 몸싸움을 벌였고,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시즈는 혁명수비대의 통제를 받는 준군사조직으로, 지난달 대규모 진압의 선봉에 섰던 핵심 세력이다.
또 다른 대학인 아미르카비르공과대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샤(국왕) 만세”를 외치며 과거 왕정 체제를 상징적으로 소환했다. 이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팔레비 왕조 후계자 레자 팔레비가 여전히 반정부 세력의 상징적 구심점임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 ‘40일 추도식’이 저항의 장으로
이란 사회에서 사후 40일째 열리는 추도식은 전통적으로 종교적·가족적 행사에 가깝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공간이 새로운 저항의 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길란주 라프메잔 마을에서는 시위로 숨진 청년의 40일 추도식에서 “한 사람이 죽으면 천 명이 그 뒤에 서겠다”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덤 주변에서 춤과 노래로 항의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의 집단 행동도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구호를 넘어, 국가 권위에 대한 상징적 도전이 종교적·문화적 전통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정권 입장에서는 진압의 명분을 찾기 어려운 ‘도덕적 공간’에서의 저항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 ‘빈 교실’ 동맹휴업…저항의 다변화
테헤란, 반다르압바스, 고르간 등지에서는 고교생과 교사들이 ‘빈 교실’ 동맹휴업에 나섰다. 수업을 거부하고 교실을 비워두는 방식으로 항의를 표출하는 것이다. 해 질 무렵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아이를 살해하는 공화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졌다.
이처럼 시위는 거리 집회에서 캠퍼스 농성, 추도식, 동맹휴업, 야간 구호 시위 등으로 형태를 넓히며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도부가 특정 거점만을 봉쇄해 사태를 통제하던 과거 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사망자 수 둘러싼 진실 공방
지난달 8~9일 절정에 달했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보안군의 강경 진압으로 급속히 위축됐다. 이란 당국은 진압 과정에서 약 3천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는 사망자가 7천 명을 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체포자 역시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규모를 둘러싼 격차는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라, 정권의 정당성과 국제적 신뢰도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진실 공방이 장기화될수록 국내외 압박은 커질 전망이다.
■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맞물린 복합 위기
이란 내부의 불안은 외부 변수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핵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하며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과 전투기 전력을 추가 배치했다. 역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부 시위가 재확산되는 것은 이란 지도부에 이중 부담이다.
정권은 외부의 ‘적대적 위협’을 내부 결속의 명분으로 삼아 왔지만, 경제난과 청년 실업, 정치적 억압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더 이상 외부 요인만으로 억제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신정 체제 변화의 분수령 될까
이번 대학가 시위는 단순한 일시적 소요가 아니라, 장기화한 경제 위기와 정치적 억압, 그리고 세대 교체의 요구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젊은 세대가 전통적 종교 의례 공간과 교육기관을 저항의 장으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점은 향후 체제 안정성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유혈 진압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타오른 불씨가 전국적 항쟁으로 번질지, 아니면 또다시 강경 진압에 눌릴지, 이란은 중대한 분수령에 서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