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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스포츠 그 이상의 장면을 연출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과 프리스타일 스키 정상에 선 두 젊은 스타, Alysa Liu(유미현)과 Eileen Gu(구애령)은 메달 색깔만큼이나 선명한 정치적 대비 속에 놓였다.
한 명은 미국을 대표한 ‘톈안먼 2세대’로, 다른 한 명은 중국을 선택한 ‘설공주’로 불린다. 두 선수의 선택은 빙판과 설원을 넘어 미·중 체제 경쟁의 상징으로 소비되고 있다.
24년 만의 금메달, 그리고 ‘톈안먼 2세대’
미국 대표로 출전한 유미현은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압도적 연기를 선보이며 미국에 24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그의 스토리는 단순한 스포츠 성공담을 넘어선다.
그녀의 부친 유준(Arthur Liu)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이후 중국을 떠난 민주인사다. 그는 미국 정착 후에도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관과 워싱턴 주미 중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왔다고 알려졌다.
미 법무부와 FBI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중국 정부가 유준과 가족을 감시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배경은 중국 내에서 유미현 관련 언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로 해석된다.
미국에서는 유미현을 “자유의 상징”으로 추켜세운다. 일부 X(구 트위터) 게시물은 “구애령이 가득한 세상에서 유미현이 되라”고 주장한다. 미국 비영리 단체 ‘Asians for Liberty’는 “중국 공산당은 부와 명성으로 미국 선수를 유혹하지만 진정한 미국인은 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설공주’의 선택과 중국의 환호
반면 구애령은 중국에서 ‘설공주’로 불린다. 캘리포니아 출생이지만 2019년 중국 대표로 전향했다. 베이징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며 성장한 그는 “어머니의 고향 베이징에서 수백만 청년을 격려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구애령은 스포츠 스타를 넘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광고·패션·미디어를 아우르는 상업적 성공은 중국 체제와의 협력적 관계 속에서 더욱 확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내 평가는 엇갈린다. 17일 밴스 부통령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대표해 출전한 선수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교육과 자유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 미국을 위해 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같은 출발선, 다른 선택
두 선수는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화교 2세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훈련 시스템 속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어느 국기를 선택했는가’에 따라 미국과 중국에서 정반대의 평가를 받는다.
스포츠는 원래 국경을 초월한 인간 능력의 축제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선수 개인의 선택은 체제의 상징으로 확대 해석된다.
밀라노·코르티나의 빙판과 설원은 냉전의 재현장이 아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스토리는 오늘날 글로벌 질서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쪽은 ‘자유를 선택한 딸’로, 다른 한쪽은 ‘조국을 택한 스타’로 호명된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정체성과 기회를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20대 청년들이다.
문제는 이들의 선택이 개인적 영역을 넘어 국가 정체성 논쟁과 인권 문제, 표현의 자유, 체제 경쟁의 상징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림픽이 남긴 질문은 단순하다. 메달의 무게는 금속의 질량인가, 아니면 체제의 상징성인가.
밀라노의 겨울은 지나가겠지만, 두 이름이 던진 정치적 파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