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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2월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에 맞춰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목표의 빛나는 초과완수”라고 자평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낳은 “기적적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화려한 축포와 고무풍선, 눈물 어린 ‘감사의 인사’ 뒤에 가려진 질문은 단 하나다. 이 건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보도에 따르면, 새 아파트를 배정받은 근로자들은 “이 세상 그 어느 인민도 상상할 수 없는 특전특혜”를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바로 그 표현 자체다.
주택은 권리가 아니라 ‘특전’이며, 체제가 베푸는 ‘은사’로 묘사된다. 이는 북한 주택정책의 본질을 드러낸다. 주택은 헌법상 권리이지만, 실제 배정은 충성도와 계층(성분), 직종, 정치적 공로 등에 따라 결정된다.
평양의 신규 아파트는 일반 지방 주민들에게는 애초에 접근 불가능하다. 평양 거주 자체가 특권이며, 그 안에서도 신축 고층 아파트는 다시 한 번 선별의 대상이 된다.
결국 “5만 세대의 기적”은 전국 2,000만 인민이 아닌, 평양 내에서도 일부 계층에게 집중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보도는 “전국적 판도에서의 건설사업”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최근 수년간 북한의 대형 주택 프로젝트는 대부분 평양에 집중되어 왔다.
북한은 만성적인 전력난과 건설 자재 부족, 국제 제재 속에서도 평양 고층 건물 건설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왔다. 이는 경제 논리라기보다 정치적 상징성에 가깝다.
평양은 체제의 쇼윈도다. 외국 사절과 언론이 방문하는 도시, 내부 선전 영상의 배경이 되는 도시, “사회주의 문명”을 과시하는 무대다.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주거 환경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으며, 난방·전력·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는 외부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수도에 집중된 개발은 체제 정당성을 과시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국가 전체의 생활 수준 향상과는 별개의 문제다.
북한은 완공식과 외관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지만, 준공 이후의 관리·운영 상황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과거 일부 건축물에서 부실 시공 논란이 제기된 전례를 고려하면, “속도전” 중심의 건설 방식은 안전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이번 준공식은 김정일 생일에 맞춰 진행되었고, “당 제9차대회에 드리는 로력적 선물”이라는 표현이 반복되었다. 즉, 이 건설은 주거 정책이라기보다 정치 일정에 맞춘 업적 과시의 성격이 강하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의 결심은 곧 과학이고 실천이며 승리”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정책은 선전 문구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실질적 생활 개선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보도에는 주민들이 “감사의 눈물을 쏟았다”는 묘사가 반복된다. 어린이가 꽃다발을 바치고, 지도자가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격려하는 장면은 북한식 정치 연출의 전형적 구조다.
이 서사의 핵심은 단순하다. 주택은 국가가 베푼 은혜이며, 행복은 지도자의 사랑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주거는 개인의 기본권이자 경제 활동의 결과다. 당국이 이를 ‘선물’로 포장하는 순간, 권리는 은혜로 전환된다.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준공은 물리적 건설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성과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전면적 국가부흥”이나 “인민의 지상락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축포는 하루 밤을 밝히지만, 정책의 성패는 시간이 증명한다. 화려한 준공식 뒤에서, 여전히 평양 밖의 수많은 주민들은 조용히 묻고 있을지 모른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