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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소형 원자로 이송하는 美 수송기 |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초소형 원자로를 군 수송기로 공수하면서, 원자력 산업 육성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군사적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로, 차세대 원전 전략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미 에너지부와 국방부는 C-17 Globemaster III 수송기를 이용해 캘리포니아주 마치 공군기지에서 유타주 Hill Air Force Base까지 연료가 장전되지 않은 초소형 원자로를 공수했다.
이번 수송에는 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과 Michael Duffey 국방부 획득 담당 차관이 동행했다. 정부 고위 인사들이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은 이 사업의 상징성과 전략적 গুরুত্ব을 보여준다.
이번에 운송된 모델은 미국 원자력 기업 Vala Atomics가 개발한 ‘워드 250’으로, 미니밴보다 약간 큰 크기의 이동형 초소형 원자로다. 출력은 약 5메가와트(㎿)로, 약 5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국방부는 이번 공수를 통해 초소형 원자로가 군 기지, 오지, 해외 파병 지역 등 기존 전력망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도 신속히 배치될 수 있음을 입증하려 했다고 밝혔다.
더피 차관은 “우리 군이 승리하도록 하는 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때와 장소에 원자력 에너지를 배치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섰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이미 지난해 10월, 본토 내 핵심 육군 기지들에 초소형 원자로를 설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폭설·폭우 같은 기상이변, 대규모 정전, 사이버 공격 등으로 기존 전력망이 마비될 경우에도 핵심 무기체계와 지휘·통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자립형 방어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모델은 기존 원전에서 사용하는 긴 연료봉 대신, 삼중피복연료(TRISO)를 사용한다. TRISO는 미세한 우라늄 입자를 세 겹 이상의 세라믹·탄소 피복으로 감싸는 구조로, 고온에서도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이를 “본질적 안전성을 강화한 차세대 연료 기술”로 평가한다. 군 기지 인근에 설치되는 만큼, 안전성 확보는 정치적·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도 핵심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 출범 이후 원자력 산업 육성을 국가 에너지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원전 건설 가속화와 규제 개혁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2050년까지 미국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소형·초소형 원자로(SMR·마이크로리액터)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산업, 군사기지, 원격 산업단지 등에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해법으로 거론된다.
이번 공수는 단순한 시험 운송을 넘어, “원전을 전략 자산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메시지로 읽힌다.
힐 공군기지로 옮겨진 원자로는 인근 시설에서 시험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실제 운전 안정성, 유지·보수 비용, 규제 적합성 등이 검증되면 본토 군 기지와 해외 거점으로의 확대 배치도 가능해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군사적 활용이 국제 안보 환경에 미칠 파장, 핵연료 관리 문제, 지역 주민 수용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미국이 초소형 원자로를 ‘실험실 개념’이 아닌 ‘전략적 운용 자산’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첫 공수는 그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