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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2월 12일 보도를 통해 ‘공화국의 민방위무력은 로농적위군’이라며 창건 64주년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한손에는 총을, 다른 한손에는 마치와 낫과 붓을”이라는 구호는 오랜 세월 반복되어온 상징적 문구다. 그러나 이 구호가 미화하는 현실은 과연 무엇인가.
로농적위군은 1959년 1월 14일 창설된 북한의 준군사 조직으로, 정규군인 조선인민군을 보조하는 예비 무장력으로 규정된다. 당국은 이를 “공화국 정권의 수호대”, “혁명적 무장력”이라 칭한다.
그러나 본질은 다르다. 로농적위군은 사실상 주민을 상시 군사 체제에 묶어두는 동원 시스템이다. 직장과 학교, 지역 단위로 편성된 이 조직은 평시에는 생산 활동에 종사하다가도, 수시로 군사훈련과 정치학습에 동원된다. ‘민방위’라는 표현과 달리, 외부 재난 대비나 주민 보호보다는 체제 수호와 내부 통제 기능이 더 강하다.
북한은 로농적위군을 “한손에는 총, 다른 한손에는 마치와 낫과 붓을” 든 존재로 묘사한다. 마치(노동자), 낫(농민), 붓(지식인)을 아우르는 전 인민 무장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생산과 학습, 생계를 군사화하는 상징에 가깝다. 노동자는 생산 현장에서, 농민은 들판에서, 학생과 지식인은 교실과 사무실에서 일하면서도 동시에 군사훈련 대상이 된다. 군사적 긴장과 이념 교육은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다.
‘붓’은 특히 상징적이다. 교육과 문화 영역까지 군사 논리에 종속시키겠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율적 시민 사회의 형성과는 거리가 멀다.
당국은 로농적위군이 “인민군대의 익측부대, 후방보위, 향토보위의 기본력량”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서 ‘후방 보위’는 단순한 방어 개념을 넘어선다. 전시 대비라는 명목 아래, 지역 사회 감시와 주민 조직화, 충성 경쟁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삶은 국가와 당의 ‘혁명 위업’이라는 이름 아래 종속된다. 군사훈련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불참이나 소극적 태도는 정치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로농적위군은 주민을 ‘국민’이 아닌 ‘병사’로 규정하는 체제의 또 다른 얼굴이다.
북한은 만성적 식량난과 에너지난, 산업 기반 붕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 조직의 기념일과 충성 구호는 반복된다.
생산성 제고와 주민 생활 개선이라는 실질적 과제보다, ‘수호대’와 ‘혁명적 무장력’이라는 표현이 더 강조된다. 이는 군사 우선 노선이 여전히 체제의 중심축임을 보여준다.
‘마치와 낫’을 쥔 손이 진정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이고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군사 동원 체계를 유지하는 데 소모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주민 모두를 잠재적 전투력으로 규정하는 구조에서는, 삶과 권리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축소된다.
“한손에는 총”이라는 구호가 상징하는 것은 안보의식이 아니라 상시 긴장 상태다. 그리고 긴장은 통제의 가장 손쉬운 명분이 된다.
진정한 민방위는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체계여야 한다. 그러나 로농적위군의 현실은, 주민을 지키기보다 체제를 지키는 구조에 더 가까워 보인다.
총을 든 손이 내려오지 않는 한, 마치와 낫, 그리고 붓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