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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송화군, 무산군, 대안구역, 판문구역에서 또다시 ‘지방발전정책대상건설착공식’이 열렸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늘 그렇듯 “위대한 당중앙의 웅지”, “인민의 복리증진”,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수사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장황한 선전의 이면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철저히 배제된다. 이 착공들이 과연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북한 당국은 불과 2년 사이에 120여 개의 현대적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외부 검증이 불가능하며, 실제로 완공된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지, 전력·원료·부품 공급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착공식과 준공식은 반복되지만, 이후 공장 가동률이나 의료시설의 실질적 서비스 수준에 대한 후속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20개 시·군에 공장과 병원, 종합봉사소를 동시에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러나 국제 제재가 지속되고, 국가 재정과 에너지 공급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대규모 동시 건설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지 설명은 없다. 재원 조달 방식, 장기 운영 계획, 유지·보수 체계는 철저히 침묵 속에 가려져 있다.
이번 착공식에서도 조선인민군 제124련대가 전면에 등장했다. ‘무조건적인 집행정신’과 ‘완강한 실천력’이 미덕으로 찬양되지만, 이는 곧 군인과 주민에 대한 강제 동원을 의미한다.
임금, 노동 조건, 안전 대책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다. 지방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군과 주민의 노동력이 소모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보도는 “지역 인민들의 커다란 관심과 기대”, “감격과 기쁨”을 강조하지만, 실제 주민들의 목소리는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는다. 병원이 세워진다 해도 의약품은 있는지, 의사는 충분한지, 치료비 부담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현실적 질문은 선전 문구에 묻혀 사라진다. 공장이 세워져도 전력난과 원자재 부족으로 멈춰 선 사례는 이미 북한 전역에서 반복돼 왔다.
이번 착공식 보도의 핵심은 경제나 복지가 아니라 정치적 충성의 과시다. “위대한 당중앙에 충성의 보고”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지방발전은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체제 충성의 무대로 기능한다.
그러나 진정한 발전은 착공식의 규모나 구호의 크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과 주민의 실제 삶의 변화로 평가돼야 한다.
결국 이번 지방발전정책대상건설착공식은 또 하나의 장대한 선전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정말로 지방과 주민의 삶을 바꾸고자 한다면, 반복되는 착공식이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 강제 동원 중단, 그리고 실제 가동되는 시설로 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방변혁의 새시대’라는 말은 또 한 번 공허한 구호로 남게 될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