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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선교사 구금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레포르토보 구치소 모습 |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선교사가 또다시 현지 당국에 체포·구금되면서, 한러 관계 악화 국면 속에서 한국인 안전 문제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 한인사회와 극동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여성 선교사 박모 씨가 지난달 말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구금됐다. 박 씨가 운영하던 종교 시설은 당국에 의해 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과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은 영사 접견을 통해 박씨의 건강 상태와 구금 경위, 혐의 내용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 수사당국을 인용해 박씨가 아동을 대상으로 종교 캠프를 운영했으며, 참가 아동들이 성경 필사 등 엄격한 일정에 따라 생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박씨가 미국 계열 종교 단체와 연계돼 있다는 점과, 한국인 선교사들의 러시아 불법 입국을 도왔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그러나 박씨에 대한 수사가 제3자의 고발을 계기로 시작된 만큼, 현지 보도가 수사기관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 사법 체계상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측 해명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점 역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앞서 2024년 1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선교사 백모 씨가 간첩 혐의로 체포된 이후 또다시 발생한 사례다. 백 씨는 체포 이후 2년 가까이 재판도 받지 못한 채 구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한국인 선교사 구금 사례는 러시아 내 외국인 장기 구금이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되는 전례와 맞물리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급격히 냉각된 한러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한국은 대러 제재에 동참했고,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 가속화되면서 한러 관계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개별 사건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만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 정부는 영사 보호 원칙에 따라 구금된 자국민의 인권과 법적 절차 보장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이어간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에 한국자유회의 최이상 기획위원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의 실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현주소”라며, “여성 선교사가 불법 체포되어 어떤 곤경에 처하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외교부는 앵무새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이·상·만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