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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단천철도분국 금골청년역 개건 준공 소식은 겉으로는 산간지대 주민들에게 “문명하고 편리한 여행조건”을 제공하는 성과처럼 포장돼 있다. 그러나 이 보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 철도·교통 인프라의 구조적 붕괴와 이를 은폐하려는 정치적 연출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주목해야 할 점은 금골청년역이 새로 건설된 시설이 아니라 ‘개건’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해당 지역의 철도시설이 오랜 기간 방치되거나 심각한 노후 상태에 놓여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표현이다.
북한 당국은 이를 “현대적인 려객봉사기지”로 포장하지만, 역 하나의 외형 개선이 철도 전반의 안전성과 수송 능력을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
북한 철도의 핵심 문제는 역사(驛舍)가 아니라 선로 노후화, 전력 부족, 신호체계 붕괴, 차량 정비 불능 상태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단 한 번의 준공식이나 미화된 표현으로 해결될 수 없다.
보도는 2020년 10월 “림시복구된 위험천만한 협곡철길”을 언급하며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미화한다. 그러나 이 표현 자체가 북한 철도 인프라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였는지를 자인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그 위험의 원인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장기간의 투자 부재와 비합리적 자원 배분, 군사·선전 우선 정책이라는 점이다. 철길이 ‘림시복구’ 수준에 머물러야 했던 책임은 지도자의 ‘현지지도’ 이전에 체제 운영 전반에 있다.
준공식 연설에서 반복되는 “김정은원수님의 뜨거운 은정”과 “휘황한 설계도”라는 표현은 북한 선전의 상투적 문법을 그대로 따른다. 공공 교통시설의 정비는 국가의 기본적 행정·재정 책임이지, 최고지도자의 개인적 선물이나 시혜가 아니다.
철도역 하나를 정비하는 일조차 ‘은정’의 산물로 묘사되는 현실은, 북한 주민들이 정상적인 공공서비스의 주체가 아니라 지도자의 자비에 의존하는 객체로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준공식에 참가한 인원은 철도분국 일군, 돌격대원, 종업원들에 국한돼 있다. 일반 주민들의 실제 이용 경험이나 교통 접근성 개선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는 해당 시설이 주민 생활 개선보다는 정치적 성과 과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더구나 광산도시·산간도시를 ‘국가적 본보기’로 전변시키겠다는 구호와 달리, 검덕·단천 일대 주민들은 여전히 열악한 주거환경과 만성적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금골청년역 개건 보도는 북한이 얼마나 작은 성과를 과장해 체제의 ‘정상 작동’을 연출하려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역사의 외관을 단장했다고 해서 철도망이 살아나지는 않으며, 준공식 사진 몇 장으로 주민들의 이동권과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결국 이번 보도는 북한 사회의 실질적 변화가 아니라,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또 하나의 선전 장면에 불과하다. 철도역이 아니라 체제 운영 방식 자체가 개건되지 않는 한, 이런 ‘준공’은 반복될 뿐 주민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