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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42 |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 발단 50돌 중앙연구토론회’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으로 전면적 국가부흥”을 이룩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70년대 김일성이 제시한 이 ‘3대혁명’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 사회의 낙후성과 고립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번 토론회가 보여준 것은 북한이 여전히 똑같은 구호를 반복하며 현실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신문은 3대혁명 가운데 ‘사상혁명’을 “승패가 달린 문제”라고 강조하며 충성·단결·집단주의를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사회정책의 실패를 사상통제로 덮어온 북한식 방식의 연장선일 뿐이다.
주민들의 삶이 악화되면 책임을 정책 실패가 아닌 ‘사상 부족’으로 돌리고, 모든 문제 해결을 ‘충성심 배가’로 치환하는 구조는 실질적 개혁과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 악순환이다.
“사상도 기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라는 1975년 구호가 이번 행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된 것은, 북한 체제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기술·교육의 혁신보다 권력 유지와 사상 통제를 우선해 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토론회 발표자들은 “국가사회생활 전반을 동시다발적으로 비약상승시킬 지름길”이 3대혁명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의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정보·통신·과학기술 환경을 겪고 있다.
전력난이 일상화되어 공장 가동률은 높지 않고, 농업은 여전히 낮은 생산성과 비구조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기술 개발은 폐쇄적 환경과 제재로 인해 세계와의 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노동신문은 구체적 기술 발명이나 산업 성과 대신 “집단 경쟁”, “혁명 진지 강화” 등 추상적 표현만을 되풀이한다. 기술혁명이 아니라 기술혁명에 대한 선전만 존재하는 상황이다.
북한식 문화혁명은 노동신문의 주장처럼 “문화적 후진성의 청산”과는 거리가 멀다. 문화 인프라 개발이나 주민 생활문화 향상보다 영화·문학·예술·출판을 정권 선전·우상화에 동원하는 체제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토론회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의 ‘불멸의 업적’을 끊임없이 언급하며 문화혁명의 의미를 정권 정당화와 연결했다. 문화가 혁신의 도구가 아닌 권력 유지의 통제 메커니즘이 되고 있는 것이다.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 50주년 기념 토론회는 화려한 수사와 우상화로 가득했지만, 북한이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대 변화에 뒤처진 구호를 반복하며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기술혁신 없이 기술혁명을 외치고 주민 생활을 외면한 채 선전만 확대하는 모습은, 북한식 사회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진정한 발전을 원한다면 50년 전의 이념 경쟁과 사상운동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시장 개방, 인프라 개선, 기술 협력, 행정 투명성 같은 현실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3대혁명’이라는 구호는 앞으로도 주민들의 고통을 덮기 위한 정치적 장식품에 머물 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