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75]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 박해
  • 소니 에크워우시 Sonnie Ekwowusi is the chairman of the Human & Constitutional Rights Committee of the African Bar Association. 아프리카변호사협회 인권·헌법위원회 위원장

  • 최근 몇 년간 나이지리아에서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공격이 급격히 확산되어 왔다.

    10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를 ‘특별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 CPC)’으로 지정했다. 이러한 지정은 일부 정부 옹호자들이 “기독교인에 대한 조직적인 폭력—즉, 집단학살(genocide)로 부를 수 있는 행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것이다.

    이번 조치는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의 생명과 신앙의 자유에 대한 워싱턴의 깊은 우려를 보여준다. 미국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이지리아는 2020년 12월 처음으로 CPC 명단에 올랐으나,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11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 전쟁부(이전 명칭: ‘국방부’)에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 보호를 위한 “가능한 군사적 조치 준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학살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이 계속된다면 미국은 모든 원조와 지원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가 존재론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선언했다.

    “수천 명의 기독교인들이 살해당하고 있다. 급진적 이슬람 세력이 이 집단 학살의 책임자들이다.…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이 (전 세계 4,476명 중 3,100명) 이토록 살육당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나이지리아 인권 문제에 대한 재집중은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 2018년 4월, 무함마두 부하리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을 죽이고 있습니까?”

    워싱턴의 우려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나이지리아 전역의 기독교인 공동체에 대한 공격이 광범위하게 입증된 보고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은 현지에 정보 및 외교 채널을 유지하며, 매일 위기 상황을 업데이트받고 있다. 반면 나이지리아에서는 공식 통계가 불완전하거나 정치적으로 조작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기관들은 이에 비해 검증 가능한 방대한 기록에 의존한다.

    2024년 4월, 필자는 나이지리아 대표단 일원으로 워싱턴 D.C. 하원 의회를 방문했을 때, 크리스 스미스 의원을 만났다. 스미스 의원은 북부 나이지리아에서의 기독교인 학살에 관한 청문회 보고서를 제시하며, 수년간의 폭력과 박해를 기록한 자료를 설명했다. 대표단 중 한 명이 이를 “검증되지 않은 보고서”라 일축하자, 북부 나이지리아를 여러 차례 방문했던 스미스 의원은 침묵을 지켰다. 그는 무지한 입법자와 논쟁할 가치가 없다고 여긴 듯했다.

    2024년 5월, 영국 의회를 방문했을 때 또 다른 나이지리아 의원이 리버풀의 데이비드 올튼 경—인권 옹호자로 존경받는 원로 의원—앞에서 사태를 축소하려 했다. 올튼 경은 잠시 듣고 나서 조용히 물었다.

    “이슬람 개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여전히 감금된 치복(Chibok) 소녀 레아 샤리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순간, 회의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레아 샤리부의 납치 사건은 나이지리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상처 중 하나로 남아 있다. 2018년 2월 19일, 보코하람 무장단체는 요베 주 다프치의 ‘공립여자과학기술학교’를 급습해 11세에서 19세 사이의 여학생 110명을 납치했다. 단 몇 분 만에 그들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는 2014년 치복 납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섬뜩한 반복이었다.

    몇 주 후 협상 끝에 2018년 3월 21일, 104명의 소녀가 석방되었다. 무장세력은 “도덕적 이유”라며 그들을 풀어주었고, “무슬림은 해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다섯 명은 포로 상태에서 사망했고, 14세의 기독교인 소녀 레아 샤리부는 자신의 신앙을 버리고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끝내 석방되지 않았다.

    이후 레아는 신앙의 용기와 기독교인 박해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행방은 불분명하다. 전임 정부도, 현 정부도 그녀의 생사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내 반(反)기독교인 폭력은 이미 국제사회가 인정한 인도주의적 재난이다. 어떤 공식적 부인으로도 그 증거를 지울 수 없다. 나이지리아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외세가 이를 “지적”해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미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감시단체의 영상, 증언, 보고서가 이 살육의 현실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가톨릭 주교회의(CBCN)는 이러한 살육을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이자, 인간 공동체의 존엄에 대한 오점”이라고 규탄했다. 주교들은 평화행진을 벌이며 항의했지만,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조스 정의 프로젝트’의 특별 고문 에마누엘 오게베는 “2024년 한 해에만 풀라니 지하드 세력에 의해 수천 명의 기독교인 농민이 살해되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기준, 시민단체 ‘인터소사이어티’는 그해 1월 이후 7,000명 이상이 살해되고, 7,800명이 납치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 정부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폐허 속으로 돌아가 집을 재건하지만, 몇 달 뒤 또다시 공격을 받는다. 당국은 이러한 학살을 흔히 “농민-목동 간의 갈등”이라고 묘사하지만, 인권 감시단체들은 이를 종교적 박해로 규정한다. 공격의 표적이 된 것은 교회, 기독교 마을, 목회자들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은 국가 실패의 징후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부하리 전 대통령은 8년 동안 “보코하람을 섬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테러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현재 볼라 티누부 대통령 역시 같은 시험대에 서 있다. 그러나 그는 안보보다 2027년 재선을 더 중시하는 듯하다.

    1999년 헌법 제14조 제2항 (b)은 연방정부의 기본 책무를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는 것”이라 명시한다. 그러나 수천 명의 기독교인 유가족들에게 이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 학살이 계속되는 한, 나이지리아는 문호 치누아 아체베가 『하나의 나라가 있었다(There Was a Country)』에서 한탄했던 도덕적 붕괴를 다시 반복할 위험에 놓여 있다.

    “나의 나이지리아에 대한 감정은 깊은 실망이었다. 군중이 무고한 시민들을 사냥하고 학살하고 있었는데, 연방정부는 그것을 방관하고 있었다.”

    남북을 막론하고,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 박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 관리들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부인하지만, 인권 단체와 외국 정부들은 끊임없이 그 살육을 기록하며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정의는 여전히 멀고도 요원하다.

    폭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 가지 고통스러운 진실만이 남는다.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 공동체는 오늘도 포위된 채 살고 있다. 그들의 신앙이 더 이상 사형선고가 되지 않는 날을 기다리며.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11-12 08:03]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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