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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19 |
북한의 노동신문이 연일 보도하는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소식은 겉으로 보기엔 수도 평양의 현대화와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창조 대전’처럼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수사 뒤에는 체제 과시와 정치적 선전에 치중한 건설 동원체계, 비합리적인 노동 착취, 그리고 실제 주민 복지와는 괴리된 도시개발의 현실이 숨겨져 있다.
노동신문은 “당 제8차대회 결정관철의 승전포성이 화성지구에서 울려 퍼지게 하라”고 강조하며, 완공 기한을 향한 ‘거꾸로 세기’를 독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언설은 건설 노동을 인민의 복리보다는 ‘당의 위업 완수’라는 정치적 목적 아래 종속시키는 전형적인 선전 언어다.
실제 화성지구의 대규모 주택 건설은 평양의 특권계층—당, 군, 내각 고위 간부 및 충성 엘리트—을 위한 특혜성 공급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 주민이나 평범한 노동자, 농민은 이 지역의 분양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인민을 위한 살림집”이라는 구호가 실상은 ‘권력층을 위한 전시용 거주지’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보도는 “혁명강군의 위용을 떨치며” “군민건설자들이 헌신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찬양한다. 그러나 ‘군민건설자’란 말은 실상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동원된 강제노동 집단을 의미한다. 군 소속 인력들은 군사훈련 대신 건설노동에 투입되고, 일반 주민들도 ‘애국충성의 높이’를 기준으로 동원 실적을 평가받는다.
건설 노동의 질적 안정성이나 안전 문제보다는 ‘혁신’과 ‘속도전’이 강조되는 구조 속에서, 무리한 공정 단축은 부실 시공과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평양의 ‘려명거리’나 ‘미래과학자거리’ 완공 이후 나타난 균열, 누수, 전력공급 불안 문제들이 이를 입증한다.
신문은 “새 기준, 새 기록을 창조한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중앙의 정치적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비계획적 공사 구조 속에서 비효율과 낭비가 반복된다. ‘경험교환운동’ ‘혁신자 축하모임’ 같은 행사는 생산성보다는 충성심 경쟁을 유도하며, 공사 진척률보다 ‘보도 실적’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동한다.
‘공법 준수’나 ‘감독 강화’라는 표현 또한 체제 비판을 방지하기 위한 수사일 뿐, 품질 관리나 건축 안전에 대한 투명한 감독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화성지구의 초고층 살림집과 녹지, 보도블록 시공은 ‘평양의 문명’을 과시하는 수단이지만, 정작 지방 도시와 농촌은 여전히 식량난, 전력난,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 평양의 상징적 건축물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사회주의 현대국가’의 허상에 불과하며, 그 화려함은 주민의 기본적 생존권이 희생된 대가 위에 세워지고 있다.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건설은 북한 체제가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한 상징적 프로젝트일 뿐이다. 김정은 정권은 인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보다, 콘크리트와 구호로 충성심을 다지는 ‘건설 정치’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새 기준, 새 기록’의 경쟁은 결국 인민의 복리가 아니라, 권력의 장기 유지를 위한 벽돌 한 장에 불과하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