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4월 23일, 바오로 6세 교황은 응우옌 반 투안(Nguyen Van Thuan)을 남베트남 사이공의 보좌 대주교(coadjutor archbishop)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뒤 북부 공산군이 사이공에 입성하여 정권을 장악하였다. 몇 달 후, 시립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사제 회의 도중 군인들이 젊은 대주교를 체포하여 독립궁으로 끌고 가 심문하였다.
그는 재판도 없이 구금되었으며, 미국 CIA와 내통했다는 혐의, 새 정권에 반대하는 평신도 단체들을 지지했다는 혐의, 반동적 신념을 가졌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는 수년간 공개적으로 반공주의를 표명해 왔다.)
그는 6개월간 구금되었으나, 그 기간 동안 자신의 투옥 생활에 대한 영적 묵상을 기록하였다. 이 글은 일곱 살 소년을 통해 밖으로 전달되어 인쇄·배포되었다. 그의 글은 널리 읽히게 되었고, 결국 당국은 대주교를 지렁이와 지네가 들끓는 축축한 독방에 8개월간 수감하며 반복적인 심문과 고문을 가했다. 이후에도 그는 수년간의 감옥 생활을 이어가야 했으나, 최소한 다른 수감자들과 접촉할 수는 있었다.
이러한 세월은 최근 발간된 전기 ‘기쁨과 희망의 사람, 응우옌 반 투안 추기경(Cardinal Nguyen Van Thuan: Man of Joy and Hope)’의 중심 사건을 이룬다. 지도력의 부재가 만연한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이다.
1984년 5월 30일, 웨일즈 공(현재의 국왕 찰스 3세)은 햄프턴 코트 궁전에서 열린 왕립 영국건축가협회 행사에서 연설을 했다. 이는 건축가들이 기대하던 내용이 아니었다. 당시 성 바오로 대성당 인근에 저명한 모더니스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고층 건물이 건립될 예정이었고, 트라팔가 광장의 내셔널 갤러리 증축안 역시 런던의 대표적 현대 건축사무소가 추진 중이었다. 두 건물 모두 주변 건축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않았고, 모더니즘 원칙에 따라 어떠한 역사적 요소나 장식도 배제된 설계였다.
찰스 왕세자는 미스의 설계를 “또 하나의 거대한 유리 기둥”이라 불렀고, 갤러리 증축안은 “사랑스럽고 우아한 친구의 얼굴에 난 괴물 같은 종기”라 혹평했다. 이는 전문가들에게 정면으로 도전한 평신도의 발언이었다. 당시 건축계에서는 고전 건축을 비효율적이고 반동적이며 도덕적으로도 부적합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찰스는 모더니즘이 지적 유희로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실제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황량하고 비인간적인 공간을 만든다고 보았다. 클라이브 애슬렛의 ‘찰스 3세 국왕: 40년의 건축’은 그가 인간적 건축을 위해 평생 지속해온 개인적 열정과 공적 사명을 기록한다.
미국 가톨릭대학교 철학자 마이클 파칼룩(Michael Pakaluk)은 그의 저서 ‘거룩함의 충격: 일상의 낭만을 발견하기(The Shock of Holiness: Finding the Romance of Everyday Life)’에서 평범한 사물과 사건이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성당 안에서의 어머니와 자녀, 가톨릭 혼인 안의 성(性), 성 요셉의 죽음, 토머스 모어의 묘비명, 6세기 주교의 설교, 성탄 성가 〈오 작은 고을 베들레헴〉 등 수십 가지 주제가 파칼룩의 묵상 안에서 ‘경이의 회복과 재마법화’로 이끈다. 그는 특별한 사건 속에서도 흔히 간과되는 요소들—예컨대, 성모 마리아의 방문 시 엘리사벳의 “큰 소리”의 본질—을 깊이 성찰한다.
침대 머리에 두고 하루 한 장씩 읽으면, 콩피에뉴 순교자들에 대한 묵상 끝에서 “거룩한 두려움을 가르쳐 주소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 전구하소서!”와 같은 울림을 얻을 수 있다. 또는 제24장의 시작처럼: “십자가 처형은 너무도 끔찍하여 우리는 본능적으로 외면한다.”
루터교 목회자 해럴드 리스트라우(Harold Ristau)의 저서 ‘영적 전쟁과 해방: 마귀의 억압과 사로잡힘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사목 지침(Spiritual Warfare and Deliverance: How to Minister to the Demonically Oppressed and Possessed)’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이 악마의 존재에 회의적이라면, 이 책에서 별로 얻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는 “악한 것들에 대한 가속화된 관용, 심지어 갈망”이 퍼지고 있으며, 회의주의(‘포스트모더니티의 독’)가 저항을 약화시킨다고 경고한다.
그는 수많은 구마(exorcism)를 집전한 경험을 과학적 용어로 설명한다. 예컨대 ‘억압된 자’와 ‘사로잡힌 자’의 구분이다. 사로잡힌 이는 자아 통제를 완전히 잃고 악마에게 지배당한다. 억압된 이는 여전히 의식과 의지를 가지고 있으나, 그만큼 더 사목하기 어렵다. 악마의 의도와 행동이 더 교묘하게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제2장은 한 구마 의식을 상세히 다룬다. 발작에 시달리는 희생자, 목에 걸린 십자가가 찌그러진 사건, 악마와의 대화(이는 피해야 한다) 등이 기술된다. 책의 나머지는 악마와 접촉하는 방법, 다양한 빙의 형태와 증상, 악마의 본성, 사랑하는 이가 악마의 공격을 받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담고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악마에게 쫓기는 악몽을 꿨다. 그러나 결국 그는 꿈속에서 검을 들고 “예수의 이름으로” 악마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말씀은 강력하다. 우리는 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론 주교(Bishop Barron)가 이끄는 ‘Word on Fire’ 사도직에서 출간한 책 두 권이 소개된다. ‘천국의 문: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묵상(Gate of Heaven: Reflections on Mary, the Mother of God)’과 그레이엄 그린의 ‘사랑의 종말(The End of the Affair)’이다. 첫 번째 책은 고대와 현대의 시편, 기도문, 성경 구절, 바론 주교와 풀턴 쉰 대주교의 묵상 등을 모은다. 두 번째는 ‘브라이즈헤드 회고(Brideshead Revisited)’, ‘칠층산(The Seven Storey Mountain)’, 플래너리 오코너 선집 등과 함께 ‘고전 시리즈’의 일부로 출간되었다. ‘Word on Fire’는 학술서와 어린이 신앙서 시리즈도 펴낸다.
필자는 바론 주교와의 최근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당신의 디자이너와 인쇄소가 누구든, 그들은 아름다운 책을 만들어냅니다.” 천과 가죽 장정, 종이와 서체, 표지의 시각적 아름다움까지—내용보다 책의 외형을 더 중시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조차 만족시킬 만하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