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02] 수태고지(Annunciation) 학교 사건과 현실 부정의 대가
  • 프란시스 X. 마이어 is a senior fellow in Catholic Studies at the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and the author of True Confessions: Voices of Faith from a Life in the Church. 윤리공공정책센터 가톨릭학 연구 선임연구원
  • 수태고지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한 사건을 말함
    수태고지 가톨릭 학교의 총격 현장
    '수태고지 Annunciation'는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한 사건을 말함.

    겉으로 보면, 폴 킹스노스, 이안 맥길크리스트, 마티아스 데스메트는 공통점이 거의 없어 보인다. 킹스노스는 아일랜드에서 활동하는 수필가이자 소설가이다. 맥길크리스트는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 신경과학자이다. 데스메트는 벨기에 겐트 대학교 심리학 교수로서 대중심리 형성과 전체주의적 사고의 역학을 연구한다.

    킹스노스는 정교회 신자이며, 맥길크리스트와 데스메트는 공식적인 종교적 소속이 없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현대 문명이 야기하는 비인간화에 저항한다. 곧, 인간의 천재성이 인간 자신을 원재료로 삼아 주어진 본성을 전복시키고, 인간을 조작 가능한 부품으로 분해해버리는 세계다.

    킹스노스는 이 새로운 현실을 “기계(The Machine)”라고 부른다. 맥길크리스트에게 적은 “과도하고 잘못된 합리주의”와 “본래 과학에 내재하지 않은 협소한 유물론”이다. 데스메트는 오늘날 첨단 기술이 “전통적인” 인간의 번식과 그 육체적이고 어지러운 관계를 경멸하는 태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생명의 탄생과 번식에 임상적 논리를 강제하는 것은 급진적인 비인간화이다.”

    이 셋이 공유하는 결론은, 인류 정체성과 목적에 관한 문화 전반의 정신적 병리 현상, 즉 육체와 그 한계와 불완전함에 대한 원한이다. 이 좌절은 “살과 피로 주어진”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폭력으로까지 번져간다.

    이번 미니애폴리스의 수태고지(Annunciation) 학교 총격 사건이 바로 그러하다. 범인은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을 겪던 남성이었고, “여성”으로 이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별 전환은 불가능했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무고한 어린이들에게 쏟아부었다. 살인과 부상은 끔찍했다. 그런데 이런 고통의 와중에 미니애폴리스 시장이 “이번 반(反) 가톨릭 증오범죄 때문에 트랜스젠더 공동체가 비난받을까 우려한다”고 말한 것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거의 괴기스러웠다. 그러나 동시에 드러난 바가 있다. 성(gender) 이데올로기는 전염성이 있으며, 그것이 제일 먼저 공격하는 인간의 건강한 자질은 바로 ‘상식’이다.

    맥길크리스트는 저서 『주인과 그의 사자(The Master and His Emissary)』(2009)에서 “서구 교회가 스스로를 약화시켜 왔다. 더 이상 자신의 가치를 지킬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영적 문제에 물질적 해답을 제시하는 합창대에 합류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이지만 부분적인 진실일 뿐이다. 많은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은 성서(“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니라”, 창세 1,27)뿐 아니라 자연의 질서 안에서 드러나는 분명한 인류학적 진리 위에 건전한 인간학을 주장해 왔다.

    이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위 시절의 지속적인 주제였고,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력하고 명료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늘날 지도층은 이를 거부하고 현실을 부인하며, 성적 혼란을 겪는 이들에게 의학적 절단과 왜곡을 “해결책”이라 축복한다. 수태고지 학교와 같은 참극의 책임은 결국 그들에게 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수일 전,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톨레도 교구의 대니얼 토머스 주교는 지금까지 교구 차원에서 나온 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가장 뛰어난 대응 문헌 중 하나를 발표했다. 「육체는 인격을 드러낸다(The Body Reveals the Person)」라는 이 문헌은 연민, 데이터로 뒷받침된 과학적 사실, 그리스도교 교도권의 건전한 가르침이 잘 결합된 문서다.

    문헌은 성별 정체성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사랑과 연대의 언명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문헌은 최근까지 성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 현상이 언론과 사회적 동정 속에서 하나의 독립된 집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숫자가 급증했고, 2016–2020년 사이 미국에서 성별 관련 수술은 3배 증가했으며, 그 가운데 12세에서 18세 청소년 3,678건의 돌이킬 수 없는 수술이 포함되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러한 수술은 실제 성별 전환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건강한 신체 기능을 종종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시킨다.

    토머스 주교는 다음과 같이 쓴다. “성(gender) 이데올로기가 문화와 사회 매체를 파고든 결과, 특히 청소년들로 하여금 감정과 욕망이 인간 정체성의 실재를 규정한다고 믿게 한다. 전환 수술을 하면 불행이 해소된다고 믿게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자연은 쉽게 굽혀지지 않고, 현실은 협조하지 않는다. 그 결과는 불행이다. 인간을 이원적으로 이해하는 사고―즉 몸은 단지 ‘내적 자아’를 위한 도구라는 사고―는 거짓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

    이는 낙태와 안락사 같은 생명 침해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몸의 내재적 인격적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태아나 노약자를 “아직” 혹은 “더 이상” 인간으로 보지 않으며 생명권을 박탈한다.

    반대로 상식은 구원적 의미를 가진 건전한 지혜다. 일상 언어는 인간이 “몸을 가지고 있다”기보다 곧 “몸 그 자체”라는 진리를 드러낸다. 자전거에서 넘어진 아이는 “내 몸이 다쳤어”가 아니라 “내가 다쳤어”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밀린 남성은 “왜 내 몸을 밀었냐”가 아니라 “왜 나를 밀었냐”고 항의한다.

    강간 피해 여성은 자신의 소유물이 침해되었다고 느끼지 않고, 자신이 침해되었다고 느낀다. 실제로, 성별을 가진 인간의 몸은 곧 영혼과 결합된 온전한 인격, 곧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전체를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몸과 영혼은 두 개의 본성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 본성을 이룬다. 그러므로 남자 혹은 여자로서의 몸은 곧 인격을 드러낸다. 하느님은 영혼을 창조하시고 그 후에 몸을 덧붙이지 않으셨다. 창세 1,27이 말하듯,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주교는 덧붙인다. 좋은 의학은 공감과 감정의 인정을 한편으로 구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감정이 의학적 처치를 지배하도록 두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거식증 환자는 체중이 위험할 정도로 낮음에도 자신이 과체중이라고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 감정을 거슬러 교정해야 한다고 이해한다. 심리치료, 약물, 영양 교육, 건강한 운동 등을 통해 현실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거식증 환자의 감정을 그대로 “긍정”하거나 그것에 근거해 의료를 결정하는 것은 해롭다.

    여기까지가 인용문이다. 본문 전체를 읽고 공유할 가치가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의 알리시아 핀리의 지적처럼, 의료 기득권층 지도자들이 “과학”을 내세우며 애매모호하고 오만하며 논란 많은 주장을 반복적으로 정당화해온 결과, 많은 미국인들은 이제 그 어떤 사안에서도 그들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수확한 불신은 사실상 그 기득권층 스스로가 뿌린 것이다.

    이 혼란에서 얻는 교훈은 명료하다. 성별 “전환”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인간 정체성과 존엄을 파괴한다. 그것은 중단되어야 한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미국 수태고지 학교에서 사망한 어린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8-30 21:24]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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