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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망배단에서 참배하고 있는 유족회원들 - 유족회 제공 |
지난 한주는 북한에서는 시끌벅적한 행사들이 많았는데요.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관련 유족들과 단체들의 조용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전승절이라고 해서 세계 최강의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인데, 한국에서는 바로 그날로부터 가족과의 생이별, 포로라는 신분으로 북한에서의 혈육이라는 또다른 아픔의 시작이기도 한데요. 바로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일입니다.
북한은 오늘 이 시간, 북한과 남한에서 같은날 치러진 정전협정일 기념식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먼저, 7월 27일을 ‘전승절’로 선전하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지부터 살펴볼까요.
- 북한이 7월 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로 기념하는 것은 체제 정당성과 김일성 신화를 강화하려는 정치 선전입니다. 북한은 당시 미군과 유엔군을 상대로 싸워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서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자부심과 ‘항미’ 이데올로기를 주입합니다.
이는 철저히 왜곡된 역사 해석입니다. 실상은 군사적 승패를 가를 수 없었던 정전협정일이자, 북한 체제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남긴 전쟁의 중단일일 뿐입니다.
2. 같은 날, 한국에서는 정전협정과 관련한 행사가 조용히 진행되었다구요. 어떤 행사가 있었나요.
- 한국에서는 7월 27일을 정전협정 체결일로 기념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규모 행사는 없었고, 대부분은 유족회나 민간단체 주도로 추모 행사 등이 열리곤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특히 북한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들을 기억하고 그 유족들의 아픔을 나누는 조촐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로 ” 잊혀진 영웅들, 끝나지 않은 귀환 “이라는 제목으로, 국립서울현충원과 파주 임직각에서 열렸습니다.
(사)625국군포로유족회(대표 박미옥)가 주최하고 한국자유총연맹 서울시 동작구지회(회장 김승기)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국군포로 유가족 20명과 시민단체 대표, 언론 관계자 등이 함께해 숙연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습니다. 이들 유가족들은 행사를 통해 돌아오지 못한 미귀환 국군포로들의 애환을 나누며, 아버지의 고향땅 대한민국에 정착한 자신들이 그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결의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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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회 제공 |
3. 전쟁의 양쪽 당사자가 이렇게 상반된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런 문제가 왜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을까요?
- 결코 일반적이지 않죠. 전쟁을 대하는 태도는 각국의 정치 체제, 역사 교육, 그리고 희생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그러나 남북한처럼 같은 민족이 정반대의 서사를 공유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북한은 전쟁을 정권의 승리로, 한국은 전쟁을 분단과 인권 유린의 시작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국군포로와 이산가족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역사로, 남북의 시각차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의 부정입니다. 북한은 국군포로 존재 자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송환 협상이나 인도적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이죠. 그에 더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외교적 우선순위로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3년동안 지속된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야겠다는 조급함이 이런 큰 비극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낼지 몰랐던 것이죠. 이제라도 남북한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겠는데 여전히 그 해결책은 요원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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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총연맹 김승기 지회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는 박미옥 대표 - 유족회 제공 |
4. 한국 사회가 정전협정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정전협정일은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수많은 희생과 아픔 위에 어렵게 맺어진 ‘불완전한 평화의 시작’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날은 ‘전쟁이 멈춘 날의 기념일’이기보다는 ‘기억의 날’, 특히 국군포로, 실향민, 전쟁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이들의 희생을 조명하고,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공개적 기념이 필요합니다. 침묵 속에 묻힌 이들의 삶을 다시 꺼내어 국가가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5. 마지막으로, 북한의 전승절 선전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 북한은 ‘반미 승리’ 서사를 통해 주변국과의 반미 연대를 유도하거나, 국제적 고립 속에서 체제 정당성을 내부적으로 강화하려 합니다. 이런 선전은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접근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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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적성면 '적군묘지'를 둘러보는 유족회원들 - 유족회 제공 |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같은 역사 왜곡에 무관심하거나 방관해선 안 됩니다. 북한의 전승절은 ‘정의로운 해방전쟁’이 아니라, 남침에 의해 시작된 침략전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재확인시킬 필요가 있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정전협정일은 북한의 ‘승리 기념일’이 아니라, 국군포로와 이산가족에게는 끝나지 않은 전쟁의 기억입니다. 결코 조용히 지나칠 일이 아닌 것이죠.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