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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35 |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조로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회담은, 피상적으로는 경제 및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하는 정상적인 국제 교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번 회담은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닌 국제 제재를 우회하려는 북한의 노림수이자, 국제사회의 대북 감시망을 무력화하려는 러시아의 이중전략이 포개져 있는 정치적 담합의 장에 불과하다.
노동신문은 ‘친선적이며 진지한 분위기’라는 수식어로 회담 분위기를 포장했지만, 회담의 실질적 목적과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 회담이 과학기술 협조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러시아산 정밀 기계, 통신 기술, 심지어는 군사 전용 이중용도 기술에 대한 협의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오래전부터 우려해온 지점이다.
특히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과 알렉산드르 꼬즐로브 러시아 자연부원생태학상의 만남이 환경 또는 생태라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전략적 기술 이전 통로로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더욱이 회담 직후 이어진 ‘환영 연회’는 마치 동맹 체결이나 다름없는 외교적 쇼로 기능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대외 행사에서 ‘연회’를 선전 도구로 활용해왔고, 이는 체제 우호국들과의 유착을 내외부에 과시하는 수단이다.
‘고려호텔 연회’라는 표현은 단순한 환영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강화하는 러시아의 외교적 메시지일 수 있다.
북러 양측 모두 유엔 제재 하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불투명한 협력 논의는 단순한 경제적 교류 이상의 전략적 연대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고립을 탈피하려 북한이라는 ‘극한의 파트너’를 끌어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동북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이 회담은 과학도 경제도 아닌, 외부의 감시를 피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또 하나의 ‘가면극’에 불과하다. 북한은 기술과 무역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전에, 국제 규범과 인권, 그리고 진정한 상호주의라는 가치부터 학습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 역시 ‘실익’만을 좇는 단기적 접근으로 인해 결국 국제사회에서의 도덕적 위상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