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 캡쳐 |
북한 김정은 정권의 대외 메시지를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또다시 비핵화를 전면 부정하며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마저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그녀는 2025년 현재의 북한을 과거와는 “지정학적으로도, 핵능력 면에서도 완전히 다른 나라”라며,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조미정상회담을 “일방적 평가”로 치부하고, 현재의 핵보유국 지위가 “국가 최고법에 의해 고착된 불가역적 지위”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비핵화는 없다”는 최종 통보와 다를 바 없는 샘이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외교적 언어의 탈을 쓴 전략적 협박으로 보이는 바, 김여정은 “그 어떤 선택안에도 열려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핵보유 지위를 부정하려는 시도는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며 강경한 선을 그었다.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전제조건으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것은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없애버리는 자가당착이다.
북한은 여전히 과거 트럼프 시대의 정상 간 톱다운 외교를 미련처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기의 회담이 왜 실패로 끝났는지를 직시하지 않고, 마치 미국이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고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모습은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당시 회담이 무산된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이 말로는 비핵화를 약속하면서 실제로는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도 미국 탓만을 하며 '새로운 지정학'과 '강세한 핵억제력' 운운하는 것은 북한이 여전히 기만과 협박을 기본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또한, “개인적 관계는 나쁘지 않다”는 표현으로 미국과의 외교적 여지를 일부 남겨두려는 시도는 본질을 흐리는 수사에 불과하다. 조미관계는 개인 간 신뢰에 기대서 유지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김정은과 미국 대통령이 우호적인 사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한들, 그것이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현실을 바꿔줄 수는 없다. 정작 대화를 가로막고 있는 건 북한의 핵개발이고, 그 책임은 명백히 평양에 있다.
“조미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라는 김여정의 결론은, 결국 자신들이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이자 ‘핵 보유국 북한’이라는 허상을 국제사회에 강요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자의적 ‘핵 보유국 선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안보리 결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북한의 비핵화는 국제적 공약이자 북한 스스로도 서명한 의무이다. 김여정의 담화는 결국 스스로 협상력을 무너뜨리는 고립의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 가지는 분명한 점은, 변화되어야 할 대상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사실이다. 역사를 조작하고 대화를 조롱하는 김여정식 담화는 ‘희망’이 아니라, 한반도와 세계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일 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