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최근 단행한 대북 라디오 및 TV 방송 중단 조치에 대해 시민사회가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22일 헌법재판소에 이 조치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는 한변뿐 아니라 올바른 북한인권법과 통일을 위한 시민모임,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정원의 일방적 조치가 “표현의 자유와 직업 수행의 자유, 그리고 헌법상 보장된 평화통일 추진권을 정면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대북방송, 단순한 선전 아닌 인권 증진의 통로”
이들 단체는 대북 방송이 단순한 선전·심리전 수단이 아니라,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는 점에서 국가가 이행해야 할 인권 증진 의무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는 생존과 자유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국정원의 방송 중단은 단순한 정책 변경을 넘어,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국내 대북 활동가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명백한 위헌 행위입니다.” — 헌법소원 청구 단체 공동 성명 중에서
실제로 탈북민들 다수가 대북 방송을 통해 외부 정보를 처음 접하고 자유 세계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 경험이 있다는 증언은 수차례 제기되어 왔다.
“정부의 침묵과 회피, 국제 인권 기준 역행”
이번 헌법소원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의 국정원 대북 정책 방향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제기되었다.
과거 정권들과 달리, 북한 인권 문제에 비교적 단호한 입장을 취해온 현 정부가 최근 대북방송을 축소·중단한 배경에 대해 명확한 설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권고한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성 확대’라는 국제 인권 기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헌법소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미지수이나, 이번 제소는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북한 인권과 남북관계, 국내 표현의 자유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구를 주도한 한변 측은 “북한 주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길은 정보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며, 그 출발은 정부의 자기 검열을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일·혁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