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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29 |
북한 노동신문은 함경북도 염분진지구를 “인민의 문화휴식터”로 전변시키고 있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호안공사, 해안공원, 주차장, 종합봉사구역, 그리고 해양려관까지—마치 관광 인프라 대국을 방불케 하는 기사에는 “당중앙전원회의 결정 관철”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치장된 문구 이면에는 실질적 주민 복지와는 무관한 전시행정, 인민 착취, 비생산적 자원 낭비의 실상이 도사리고 있다.
● ‘문화휴식터’의 현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노동신문은 염분진지구가 “인민의 문화정서생활조건을 위한 이상적인 곳”이라 강조하지만, 실제 이 지역 주민들은 정작 이러한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가?
해양려관, 주차장, 종합봉사구역 등으로 이름 붙은 시설들은 고위 간부나 외국인 친선사절, 특권 계층을 위한 접대용 리조트에 불과하다는 것이 탈북민 및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유사한 사례는 이미 평양 양각도호텔이나 백두산지구 현대식 호텔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인민을 위한’이라는 수사는 단지 정치적 선전과 체제 유지를 위한 포장에 불과하며, 실질적 주민들의 문화적 권익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기사에 따르면 청진시, 김책시, 길주군, 포항구역 등 각지에서 ‘대대’ 단위의 돌격대들이 공사에 동원되었다.
이는 계획경제 하의 강제적 노동 동원을 뜻하는 것으로, 노동의 자발성이나 인간적 대우는 보장되지 않는다. “공사조건이 불리하였지만... 굴함없는 공격전”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혹서기 강제노동, 안전장비 미비, 장시간 노동을 시사한다.
특히 “기초굴착과 콩크리트치기를 제기일에 결속”했다는 문장은 마감일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공사강행, 품질 저하, 추후 붕괴 사고의 위험을 우려하게 한다.
● 물자와 인력의 비효율적 낭비 – 민생경제는 뒷전
“수십만㎡의 잔디, 꽃관목”을 조성하고, “수천㎡의 체육장”, “대형 주차장”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재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가?
현재 북한의 산업 기반은 극도로 쇠약해져 있으며, 전국적으로 식량난, 연료난, 전력난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자재와 인력을 해변가 미화와 호안 장식에 쏟아붓는 것은 비상식적인 국가 자원 배분의 전형이다.
수산관리국과 광산연합기업소 노동자까지 돌격대로 차출한 점도 산업 기능의 마비를 자초하는 무리한 인력 운용이다. 이는 곧 경제 전반의 생산성 저하와 장기적 피로 누적을 의미한다.
결국 이 모든 개발은 2025년 12월 혹은 당창건기념일 즈음 김정은의 ‘인민사랑’ 치적을 강조하기 위한 전시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당의 은정’ ‘총비서동지의 지도’라는 표현이 곳곳에 반복되고, “직관선전물”과 “경제선동활동”이 강조되는 것은 이 사업이 진정한 주민 복지보다 체제 이미지 제고와 우상화 목적임을 방증한다.
진정한 ‘인민의 문화휴식터’는 주민들이 스스로 시간을 계획하고, 자유롭게 접근하고, 정전 없이 전기를 쓰며, 굶주림 걱정 없이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일 것이다. 지금 염분진지구에서 벌어지는 건설은 그러한 이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