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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29 |
북한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개최한 '조로소년친선야영'이 22일 강원도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에서 입소식을 열고 시작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두 나라 인민의 관심 속에 시작된 이 야영 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사회주의적 우애'를 강조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소년 친선'을 내세운 이번 행사는 실상 양국 간 정치적 동맹을 홍보하고, 체제 선전을 강화하는 이념적 훈육의 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소년 야영인가, 체제 세뇌장인가?
북한은 과거부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야영소 프로그램을 통해 '충성심 고양'과 '반미 사상' 등을 주입해온 전례가 있다. 이번 송도원 야영소도 예외가 아니다.
입소식에 참석한 것은 단순한 캠프 운영진이 아니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고위 간부들이며, 프로그램 구성도 불꽃놀이와 분열행진, 취주악대 등 전형적인 군사·정치적 의식을 닮았다. 이런 장면은 교육보다는 정치적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행사로 읽힌다.
이번 야영은 북러 양국이 최근 급격히 밀착하는 외교 노선의 연장선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고립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대북제재에 묶인 북한이 '소년 우정'이라는 명분으로 연대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에 ‘우리는 고립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교류는 순수한 민간외교라 보기 어렵다. 참가자는 '학생소년야영단'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권이 엄선한 이념적 충성도를 갖춘 아동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 '친선'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교류가 아니라 상호 체제 찬양과 반서방 감정의 강화다.
■ 아동의 정치도구화는 국제적 윤리 위반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정치적·이념적 선전에 동원되어서는 안 되며,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야영생들은 스스로의 의사표현이나 창의적 활동보다는 정해진 각본에 따라 행진하고, 상징물을 들고, 체제의식을 학습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아동을 정치의 도구로 삼는 행위이며,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인권 침해의 일면이다.
송도원의 야영소에서 울려 퍼진 취주악대의 행진곡과 불꽃놀이는 단지 여름방학의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북한이 아이들의 무대를 빌려 펼치는 또 하나의 체제 과시이며,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을 내외에 선전하기 위한 정치연극이다.
순수한 아동 교류로 포장된 이 행사는 결국 두 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그 이면에는 아동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소년야영'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이러한 정치적 행사에 보다 날카로운 감시의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