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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훈련 비행 중이던 중국제 F-7BGI 전투기가 초등학교 캠퍼스에 추락해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8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 학생들로 확인되면서 국내외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고는 수십 년 만에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최악의 군 항공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방글라데시 무장군 공보처(ISPR)는 22일 오후 공식 성명을 통해 “문제의 전투기는 중국에서 도입한 단발 엔진 전투기 F-7BGI로, 사고 당시 정기적인 훈련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며 “이륙 직후 기체 결함으로 조종사가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하려 했으나, 결국 북서부의 한 학교 건물과 충돌했다”고 밝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사고는 월요일 오후 1시 6분경 발생했으며, 전투기 조종사는 토키르 이슬람(Towkir Islam) 비행 중위로 확인됐다.
충돌 당시 학교 안에는 수업 중이던 어린이 수백 명이 있었으며, 구조당국은 19명의 사망자 외에도 20명 이상이 중태에 빠져 있어 사망자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중국제 전투기의 기계적 결함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군사장비의 신뢰성과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추락한 F-7BGI 전투기는 중국이 소련제 MiG-21을 개량해 수출한 기종으로, 방글라데시는 1989년부터 2011년 사이에 57대를 중국에서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기체가 이미 기술적으로 노후화됐으며, 지난 수년간 중국산 항공기와 관련된 잦은 사고와 결함 보고가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J-7, J-10 시리즈를 제조한 청두 항공기사는 최근 파키스탄의 J-10C 운용과 관련해 인도 라팔 전투기 격추 주장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군 관계자는 “해당 전투기 도입 당시 중국 측은 기술이전 및 정비 지원을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질적인 부품 공급과 정비체계는 느슨해졌다”며 “이번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무기 수입국으로서의 구조적 리스크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개발한 저가 무기들이 제3세계 국가에 대량 수출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후속 정비 부실', '기술 노후화', '품질 편차' 등의 문제들이 실제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산 무기의 낮은 가격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정비 체계와 안전성 확보 없는 상태에서의 수출 확대는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항공기 추락 사고를 넘어, 중국의 군사 외교 전략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산 무기를 대량 수입한 파키스탄, 미얀마, 이집트,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자국 내 무기 운영의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번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군과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 조사위원회를 발족했으며,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약속한 상태다.
이 사고는 값싼 무기가 반드시 값싼 대가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