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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28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남포조선소 노동자들과 기술자들은 2026년 10월 10일까지 이른바 ‘최현급’ 구축함 3호함을 건조하기로 결의했다.
해당 보도는 노동당 중앙의 해양강국 건설 구상을 충성으로 받든다는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북한 정권 특유의 군사우선주의, 선전선동, 그리고 주민 생활 외면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건조 결의’ 보도는 두 가지 점에서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첫째는 북한 당국이 여전히 ‘강군건설’을 명분으로 민생과 직결되지 않는 군사 프로젝트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함선 건조가 자력갱생의 상징인 양 홍보되지만, 실제로는 민간 선박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현실에서 구축함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은 어불성설이다.
둘째는 이 모든 사업이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가르침’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체제를 합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에 따르면 김정은은 단일 구축함을 위해 “10차례나 조선소를 방문”했으며, 그를 ‘철의 신념’과 ‘기적 창조의 원천’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현대 정치 지도자라기보다 전근대 군주의 초상에 가깝다. 국가사업을 기술과 실증 중심이 아닌 ‘영도자 숭배’로 추진한다는 사실은 북한의 체제가 여전히 개인숭배적이고 비합리적임을 방증한다.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함선 건조가 이뤄지는 시기가 북한 내부의 식량위기와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국제기구들의 경고와 겹친다는 사실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의 40% 이상이 식량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은 구축함 건조를 ‘국가적 영예’로 미화하며 군사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전투함이 아니라 전기, 식량, 의약품, 그리고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이 같은 현실적 필요를 외면한 채 “구축함 건조”를 체제 선전의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이는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한 도구로 군사 프로젝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실제 군사적 효율성보다 정치적 퍼포먼스에 더 큰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자아낸다.
결국, 이번 ‘최현급’ 구축함 3호함 건조 계획은 북한 지도부가 현실로부터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민의 고통과 정권의 자의적 자원 분배, 그로 인한 구조적 위기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압박이 필요하다.
강군이 아닌 강생(强生), 군함이 아닌 식량이 우선이다. 북한 정권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할 것이다. ‘불가능도 기적으로 바꾼다’는 그 열정이 정작 주민의 삶을 위한 기적에는 왜 쓰이지 않는가?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