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기획] ‘극우’ 프레임의 남용, 정치적 낙인인가.. 이념적 도피인가
  • - 일본 참정당 약진.. 프랑스 르펜 돌풍 등.. “이민 반대 = 극우?”
    - 공론장의 감정적 언어,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침통한 표정의 자민당 이시바 총리
    침통한 표정의 자민당 이시바 총리 

    이번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참정당’이 예상 밖의 약진을 보이며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일본인 퍼스트’와 외국인 규제 강화라는 정책 기조는 유권자들,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언론은 일제히 “극우 정당의 돌풍”, “우경화하는 일본 사회”, “배외주의의 부상”이라는 제목을 앞다투어 내보냈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피하고 있다. “정말 ‘극우’인가?”라는 질문이다.

    현실 문제 제기조차 ‘극우’로 낙인찍는 언론

    일본 사회의 외국인 노동자 유입, 부동산 투기, 복지 수급 문제는 실제로 현지 유권자들 사이에서 현실적 우려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외국인을 탓하는 건 배척주의”라고 일괄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적 담론을 막는 일이다.

    국민민주당, 자민당조차도 일부 외국인 규제를 거론하며 표심을 의식하고 있음에도 언론은 오직 ‘참정당 = 극우’라는 틀에만 주목한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대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의 대표 마린 르펜

    이는 프랑스의 마린 르펜 사례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르펜은 프랑스 안보, 사회 통합, 이민 제도의 구조적 실패를 지적하며 개혁을 주장해왔으나 프랑스 주류 언론은 매번 “극우 포퓰리스트”, “파시즘 회귀”라는 딱지를 붙였다.

    정작 르펜을 지지하는 다수 유권자들은 거리의 치안, 일자리 부족, 정체성 위기를 체감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우려가 곧 인종주의나 극단주의인가?

    ‘극우’라는 도장, 현실 불만에 대한 정치적 응답을 봉쇄

    ‘극우’라는 단어는 이제 언론이 불편한 현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던지는 일종의 마법주문처럼 보인다. 그 말이 붙는 순간, 논의의 정당성은 박탈되고, 문제제기는 비합리로 몰린다. 하지만 이는 언론이 감시자 역할을 넘어 판단자의 자리에 올라서려는 위험한 태도다.

    실제로 일본의 참정당은 천황제를 둘러싼 급진적 역사 해석이나 음모론적 발언으로 인해 정치적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제기하는 이민·복지·부동산 관련 문제는 검토와 논의의 대상이지 단순히 ‘극우적’이라며 배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치란 국민의 불만과 요구를 제도화하는 행위이며, 그러한 움직임을 무차별적으로 악마화하는 것은 정치 혐오를 오히려 키우는 행위일 뿐이다.

    ‘배척’과 ‘우선’은 다른 개념이다

    ‘일본인 퍼스트’라는 구호는 ‘외국인 배척’이 아닌 ‘자국민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곧바로 배외주의로 등치될 수 없다.

    ‘American First’, ‘France pour les Français(프랑스는 프랑스인을 위해)’ 등은 다국적 이념의 부정이 아니라, 공동체 질서와 사회 안정이라는 합리적 우선순위를 요구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언론은 그 차이를 섬세하게 구분하고 전달할 책임이 있다.

    일본 참정당 대표 가미야
    일본 참정당 대표 가미야 소헤이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규정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이다. 모든 반이민·반글로벌리즘 담론을 ‘극우’로 도매급 처리하는 언론 보도는 유권자의 자율적 판단을 가로막는다. 더욱이 이러한 태도는 사회 내부의 균열과 불만을 더욱 뿌리 깊게 만든다.

    유권자들은 이제 묻고 있다. “왜 우리가 하는 말은 항상 틀렸다고 하는가?”

    공적 담론은 다양해야 건강하다.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면, 그 못지않게 정치적 낙인의 무차별 남용도 경계되어야 한다. ‘극우’라는 말이 진짜 극우를 구별하기보다, 정당한 문제제기 마저 침묵시키는 도구가 되어버린 현실—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우려해야 할 민주주의의 위기다.

    이·상·만 / 김·도·윤 <공동취재>
  • 글쓴날 : [25-07-21 10:39]
    • 이상만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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