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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27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월 21일,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에 김기우, 리영제, 리동규 등 전쟁 참전자들의 유해가 새로 안치되었으며, 이들과 함께 배우자들의 유해도 합장되었다고 보도했다.
전승 72주년을 기념하는 이 의식은 ‘영웅 숭배’의 전형적인 전시로,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일관된 역사 조작과 우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진실인가 신화인가?
보도에 따르면 김기우는 18세의 나이에 ‘공화국 2중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았으며, 미군 전투기를 10대 이상 격추시켰다고 주장된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사실 확인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실제 공중전의 전개 양상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과장된 주장이다.
북한이 내세우는 ‘영웅 전사’ 서사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체제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신화 창조의 일환으로, 이를 뒷받침할 어떠한 객관적 군사기록이나 외부 증언도 존재하지 않는다.
리동규는 ‘종군기자, 종군작가 영웅’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북한에서 언론은 오직 ‘수령의 교시’를 전달하는 선전 도구로 기능해 왔으며, 기자란 이름 아래 활동했던 이들은 사실상 비판이나 진실 보도의 기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북한 당국이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억압한 채, ‘종군기자’라는 명패 아래 체제 찬양을 미화하는 것은 언론 윤리에 대한 모독이다.
개인의 죽음도 체제 도구로
이번 보도의 특징 중 하나는 전사자와 배우자의 유해를 함께 안치했다는 점이다. 이는 외형상 인간적인 미덕으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사망 이후마저 ‘혁명 열사’라는 사상 틀 속에 가두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은 개인의 삶과 죽음을 오직 체제의 도구로 사용하며, 가족 공동체의 의미마저 당의 필요에 따라 재편한다.
진정한 전쟁 추모는 죽음을 기억하고, 그 비극에서 평화를 배워가는 성찰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을 체제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전승신화’로만 소비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과 정치적 폭력은 철저히 지워지고 있다.
‘영웅’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이념의 폭력과 인간의 고통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전쟁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는 진정한 역사적 성찰과는 거리가 먼, 국가주의적 선전 공간이다. 전쟁을 미화하고 ‘영웅’을 앞세워 민족의 고통을 지우려는 이같은 기억 왜곡은 북한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북한이 진정한 평화와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묘지를 꾸미는 일보다 먼저 역사의 진실 앞에 마주 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