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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26 |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정방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희열」이라는 제목으로 정방산 관광지와 성불사, 그리고 그 일대를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묘사된 ‘관광객들의 희열’은 의도된 서사일 뿐, 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선전적 서술에 불과하다.
먼저 이 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 관광 상품의 실질적인 내용보다도 그 주변에 덧씌운 미화된 수사와 고대의 전설을 동원한 정치적 의도다.
"꽃구름이 피여오르는 듯한 산발", "몸에 있던 온갖 잡병이 순간에 사라진다"는 과장된 표현은 일종의 ‘혁명적 치유’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며, 관광지를 현실과 유리된 환상 공간으로 포장하고 있다. 마치 정방산을 찾는 것 자체가 체제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는 의식처럼 다뤄지는 셈이다.
또한 기사에서는 고려시기의 유적이나 불교사찰에 대한 언급이 잦다. 성불사의 불상들, 향나무에 얽힌 기생의 전설, 그리고 샘물을 마시면 병이 낫는다는 식의 발언은 모두 전근대적 미신에 기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통과 문화유산의 소개가 진정한 역사교육이나 유산 보존의 차원이 아니라, 체제 충성을 유도하는 ‘성지순례’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북한 체제가 허용한 ‘관광’이 곧 정치적 승인 아래의 종교적 체험인 양 다뤄지고 있다.
관광안내원이 “정방산의 경치를 알려거든 꽃피는 봄날에 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전한 부분도 흥미롭다. 이는 마치 고대 문헌을 인용한 듯 보이나 실제로는 북한 관광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선전적 문구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관광이 실질적으로 외국인 대상인지, 평양 시민들이 실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철저히 감춰져 있다.
기사 말미에 등장하는 ‘국보적인 력사유적’이라는 수식 또한 문제다. 북한은 실제로 문화재 보존에 필요한 과학적 관리나 국제적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고유의 역사적 유산마저 체제 미화의 도구로 삼으며, 성불사와 같은 불교 유산을 단지 관광 수익이나 정치적 정당성을 위한 장식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관광 체험’이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열려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과연 정방산 관광을 누리는 이들이 평양의 일반 주민들인지, 아니면 충성심을 입증한 특권계층인지, 조선신보는 밝히지 않는다.
북한의 실정상, 대다수 주민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한 현실 속에서, '샘물을 마시면 병이 낫는다'는 희망 고문은 잔인하기조차 하다.
결론적으로, 이 기사는 북한 체제의 특유한 ‘문화-정치 혼합형 선전’의 또 다른 사례에 불과하다. 정방산의 아름다움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생존이 아닌 환상과 도피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는 관광이라기보다 감각적 통제를 위한 공연에 가깝다.
진정한 관광이란, 자유로운 이동과 선택의 권리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없는 정방산 관광은 ‘희열’이 아니라 ‘환영(幻影)’일 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