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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25 |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평안북도예술단이 창작한 음악무용실화이야기 《우리 아버지》가 평양대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공연은 지난해 북서부 수해 당시 김정은이 구조작전을 직접 지휘하고 인민을 위해 ‘특별조치’를 단행했다는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위대한 어버이’로서의 김정은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은 예술의 외피를 두른 전형적인 우상화 선전물에 지나지 않으며, 정작 수해 당시의 참혹한 현실과 당국의 무능한 대응을 은폐하려는 정치적 기만극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공연의 기획의도부터가 노골적인 지도자 개인숭배에 맞춰져 있다. 《우리 아버지》라는 제목 자체가 김정은을 ‘인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헌신적인 아버지’로 신격화하려는 전형적인 표현이다. 공연은 구조전투를 "직접 지휘하셨다"거나, "력사에 없는 특별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당시 주민들은 기본적인 구조장비나 식량, 의약품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채 고립된 지역에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실제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전지전능한 ‘령도자’의 사랑만을 강조하는 일방적 극본은 실화라기보다 ‘조작된 허구’에 가깝다.
또한 《조선신보》는 공연 중 수해지역이 "별천지로 솟아난 선경마을"로 묘사됐다고 전하며, 수재민 구호 이후 마치 천국 같은 복지사회가 구현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위성사진과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해 이후 복구는 지지부진했고 수많은 피해민들이 임시천막이나 방치된 시설에서 생활했다.
그럼에도 무대에서는 “노을이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자애로운 어버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며 인민의 환호가 터져 나온다는 설정은 비현실적 감정몰이에 불과하다.
이번 공연은 현실의 고통을 은폐하고 지도자의 선의만을 부각시키는 전형적인 선동극이다. 이러한 무대 위의 ‘성황’은 통제된 관중, 동원된 박수, 감시받는 반응에서 비롯된 연출일 가능성이 크며,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공연의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
예술이 진정한 감동을 주려면 권력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실존을 탐구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우리 아버지》는 오히려 예술을 도구화하여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 있으며, 그것도 인도적 재난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참혹한 수해로 고통받은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출된 찬양이 아니라, 실질적 구조와 책임자 처벌, 재해 대응 시스템의 개혁이다.
결국 《우리 아버지》는 수해의 참상을 미화하고, 현실의 무능을 영웅서사로 감추며,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는 통치도구일 뿐이다. 진실은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밖, 침묵을 강요당한 인민의 얼굴에 새겨져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