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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25 |
조선중앙통신은 각급 청년동맹조직들이 청년들을 ‘조국수호정신의 계승자’로 만들기 위한 사상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청년동맹은 전쟁참전자의 회고담, 전승기념관 견학, 선전시와 노래보급, 심지어 식료품
전달을 통한 ‘정신계승’ 운동까지 벌이며 청년들에게 “열렬한 애국심”과 “불굴의 투쟁정신”을 주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단순한 교양사업이 아니라, 체제유지와 현실회피를 위한 체제세뇌의 일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북한 정권은 1950년대 조국해방전쟁을 정치적으로 신성화하고, 이를 청년세대에 반복 주입함으로써 체제에 대한 절대 충성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전쟁이 아니라, 만성적인 식량난, 일자리 부족, 국제적 고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을 ‘전승세대의 계승자’로 포장하는 것은 이들이 마주한 현실 문제에 대한 직면을 회피하게 만드는 수단에 불과하다.
전쟁로병을 찾아가 식료품을 전달하는 ‘감성 교화’는 체제의 온정을 가장한 체험학습이며, 과거의 ‘영웅담’을 신화처럼 반복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효과만을 낳는다.
선전·선동 중심의 문화공세, 자발성은 실종
노래보급, 시낭송, 웅변모임 등도 청년들의 자발적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당의 통제 아래 조직된 선전공세에 불과하다. 이는 청년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삶, 즉 자유로운 정보접근, 진로 선택, 세계와의 소통 같은 권리와는 거리가 먼 획일화된 충성훈련일 뿐이다.
특히 김책제철련합기업소나 순천세멘트련합기업소에서의 청년들의 활동은 노동현장을 전쟁터처럼 포장하여 청년에게 ‘생산투쟁’이라는 이념적 전선을 주입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혁신 창조”라는 구호 뒤에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생산성과만 강요받는 현실이 감춰져 있다.
청년은 본래 미래지향적인 존재이며, 변화와 도전을 상징하는 세대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여전히 ‘전화(戰火)의 용사’를 우상화하며 청년들을 과거의 유산에 얽매이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청년의 미래를 과거의 유령에 저당잡히게 만드는 위험한 정책이며, 체제의 유지와 충성 재생산이라는 목적 외에는 아무런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
북한 청년들에게 미래는 있는가
북한 청년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과거의 영웅담이 아니라, 오늘의 생존과 내일의 희망이다. 전쟁기념관이 아니라 대학과 기업, 국제사회로 이어지는 열린 기회의 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권은 이들의 시선을 과거로 돌려놓음으로써 현재의 고통을 묻고, 미래에 대한 갈망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북한 청년동맹의 사상사업은 교육이 아니라 주입이며, 계몽이 아니라 통제이다. 전쟁의 유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이 체제적 세뇌는 청년을 체제의 방패로 만들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에 묶인 청년에게 미래는 없다. 진정한 청년정신은 ‘영웅의 기억’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과 자발적 책임 위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