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돋보기] 『당조직이 재해 막는다?』
  • - 무책임을 감추는 감성 선동과 체제 미화의 전형
  • 인터넷 캡쳐  노동신문 2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24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최근 장마철 재해성 기후에 대응하는 당조직들의 활동을 극찬하는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재난관리의 실질적 부재와 체계적 무능을 감추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 권력층의 위선과 통치 논리를 극명히 드러낸다.

    ■ 체계 대신 충성, 과학 대신 정치

    기사는 장마철을 맞아 “재해방지대책은 정치적 사업이며 당조직의 책임”이라며, 실질적 재난관리보다 정치 충성을 앞세우고 있다.

    근대국가에서 재해 대응은 기상 예측, 사회기반시설 정비, 구조체계 구축 등 과학과 행정의 영역이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당조직이 기후까지 정치로 다룬다. 이로 인해 매년 되풀이되는 수해 피해는 “천재지변”이 아닌 철저한 “인재(人災)”로 귀결된다.

    기사는 김정은이 큰물 피해 지역을 방문했던 일화를 ‘눈물 속에 떠올려야 할 영상’이라며 감정에 호소한다. 하지만 실상은 근본적 재난 예방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지도자의 ‘현장 지도’가 미봉책에 불과했음을 의미한다.

    지도자의 상징적 행보가 체제의 총체적 무능을 덮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차바퀴가 빠지는 진창길을 걸었다”는 묘사는, 구조적 방재 시스템이 부재한 북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도자의 안전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열악한 환경이 수십 년째 개선되지 않는지를 물어야 한다.

    또한 노동신문은 “요행수를 바라는 일군들”, “하늘만 쳐다보는 무책임한 태도”를 반복 비난하며 하위 간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는 체계적 훈련, 자재 공급, 재해 예방 예산 등 기본적 조건 없이 ‘책임감’과 ‘충성심’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라는 지시에 다름 아니다.

    “운산군의 성공사례”를 들며 다른 지역 당조직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논조는 명백한 책임 회피이다. 국가가 시스템과 자원을 공급하지 않고 일선 일꾼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는 주민 안전과는 무관한 전형적인 통제 수법이다.

    ■ 당대회와 ‘인민안전’의 왜곡된 연결

    기사는 “당 제9차대회를 보위하는 정치사업으로서 재해 대응”을 강조하며, 주민의 생명과 안전조차 당 행사의 성공 여부에 종속시키고 있다. 이는 국가가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민이 당의 업적을 위한 수단임을 자인하는 발언이다.

    심지어 “인민은 한 명도 잃을 수 없는 존재”라는 표현은 북한이 반복적으로 자행한 대기근, 수해 방치, 무능한 보건 위기에 비추어볼 때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2020년대 코로나 봉쇄, 수차례의 수해 피해는 모두 이 ‘결사의 각오’로도 막지 못한 비극이 아니었는가?

    결국 노동신문의 이 기사는, 과학적 재해 대응 능력 부족과 사회기반 붕괴의 실태를 감성적 ‘헌신’과 ‘투쟁’으로 덮으려는 전형적 체제 선전물이다.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것은 지도자의 눈물겨운 영상도, 당조직의 결의문도 아닌,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행정과 과학기술 기반의 재난 시스템이다.

    북한 당국은 당조직의 충성경쟁과 감성 선동이 아니라, 실질적인 방재 인프라와 행정 책임체계를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치로 기후를 다스릴 수는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
  • 글쓴날 : [25-07-18 15:02]
    • 김도윤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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