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58] 교황 레오와 전통의 수호자(Traditionis Custodes)
  • 조셉 쇼우 Joseph Shaw is a recovering academic, a public philosopher, and a freelance writer. 자유 기고가

  • 2021년 ‘Traditionis Custodes’가 공표된 직후, 나는 세계 각국의 라틴 미사 신자 단체들의 연합체인 ‘우나 보체 인터내셔널’의 회장 자격으로 로마를 방문했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 단순한 질문이었다. 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문서를 통해 전통 라틴 미사를 제한하고, 궁극적으로는 그것의 폐지를 암시하는 조치를 단행했는가? 신앙교리부는 전 세계 주교들을 대상으로 전통 미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요약한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Traditionis Custodes’에 첨부한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응답은 나를 걱정스럽고 슬프게 하는 상황을 드러냈고, 이에 개입할 필요성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인 다이앤 몬타냐(Diane Montagna)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신앙교리부 보고서의 결론부로 추정되는 내용은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특히 2007년 베네딕토 16세가 발표한 자의교서 ‘교황들 Summorum Pontificum’(교황청 승인 이전 1962년 이전의 전례를 더욱 자유롭게 거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문서)에 대해 주교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를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보고서의 작성자들은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일부 주교들은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과거의 특전(indult) 체제로 복귀하길 바란다. 그러나 설문에 응답한 주교들의 다수는 ‘Summorum Pontificum’에 입법적 수정을 가하는 것이 이익보다 해가 클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해당 자의교서를 약화시키거나 폐지하려는 모든 조치는, 그 문서가 해결했던 갈등을 되살림으로써 교회의 삶에 심각한 상처를 줄 것이다. 

    밀라노 대주교는 이렇게 말한다. ‘어떠한 명시적 개입도 이익보다는 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Summorum Pontificum‘의 기조가 더욱 강화된다면 성직자들(그리고 그들만이 아닙니다) 사이에 새로운 의혹의 물결이 일어날 것입니다. 반대로 그 기조를 부정한다면 구 전례 지지자들 사이에 새로운 반발과 분노를 야기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길을 조용히 계속 걸어가는 것이 낫습니다.’”

    즉, ‘Summorum Pontificum’은 주교들에게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평화를 가져온 것으로 인식되었다. 신앙교리부는 이 효과를 “평화롭게(pacified)” 만들었다고 표현하며, 프랑스의 한 주교 역시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몬타냐가 소개한 개별 주교들의 응답 인용문도 같은 맥락을 지지한다.

    미국의 한 주교는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나는 과거에 교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며 교회 밖의 공동체로 떠났던 이들 중 상당수가 ‘Summorum Pontificum’ 덕분에 다시 교회 안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한 주교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 전례에 참여하는 이들 중 다수는 고통 받고 방황하는 순례자들이며, 나는 이들의 전례 경험이 교회 안에서 ‘정상화’되면서 교회의 일치성이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믿습니다.”

    필리핀의 한 주교는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구 전례는 현재 그대로 허용되어야 하며, 가말리엘의 원칙(사도행전 5:38–39)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사실은 내가 2021년에 접한 내용과 일치한다. 여러 출처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치는 소수 주교들의 견해에만 기반했을 수 있다. 물론 이 소수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었을 수도 있고, 사목적 문제도 일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집한 정보는 그러한 전례적·교리적 갈등보다는 실무적인 문제—예를 들면 미사 시간이나 사제 배정 문제 등—이 주된 쟁점이었음을 시사한다. 서로 다른 공동체가 공존함에 따라 생기는 일반적인 사목 문제들 말이다.

    물론 일부 라틴 미사 공동체 안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부정하고 ‘진정한 교회’라는 이름으로 극단적 언설을 퍼뜨리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이는 극히 주변적인 현상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이들은 교황과 주교의 권위를 수용하는 일반 라틴 미사 공동체를 ‘타락했다’고 여기며 스스로 배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실제로 그런 사례를 목격해왔다. 주교의 승인을 받은 미사는, 극단주의자들에게는 흡혈귀에게 마늘처럼 작용한다.

    교황 레오 14세는 자연스럽게 ‘Traditionis Custodes’로 인해 야기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은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시적 조치를 공개적으로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제한을 완화할 길을 찾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Traditionis Custodes’의 해석에 대한 결정적 지침을 내릴 수도 있고, 그 실행을 맡은 이들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문서 공개는 이러한 외교적 해결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제 라틴 미사의 억제가 선의에 기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교황 레오에게 다음과 같은 도전을 던진다.

    즉,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의 정책을 뒤집음으로써 그들을 ‘정통성이 없는 존재’로 만든 것처럼, 이제는 레오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치를 부정해야 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에게 행했던 일을 자신이 고스란히 되돌려받는 것이 된다. 어쩌면 이는 시적인 정의(Poetic justice)일 수 있으나, 레오 교황은 이런 비극적 악순환을 이어가기보다는 종식시키기를 바랄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문건은 교황 레오에게 전통 라틴 미사에 대한 양보를 요구하는 압력을 가중시키며, 구 전례를 지키는 신자들이 교회의 일치를 훼손한다고 보는 주장이 근거 없음을 보여준다. 사실, 전통 미사에 참여하며 신앙을 지켜온 수만 명의 평신도들을 향한 인격 살해야말로, 전례 거행을 제한하는 법적 장벽보다 훨씬 더 깊은 위협이었다.

    이제 판이 커졌다. 교황 레오의 결단이 필요하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07-18 07:33]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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