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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부서진 시리아 국방부·군 본부 건물 |
시리아 정부가 내전의 또 다른 진앙지로 떠오른 남부 스웨이다 지역에서 군 병력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드루즈족 민병대와의 유혈 충돌이 국제적 우려를 자아내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공습과 미국의 외교적 압박이라는 이중 포위 속에서 나온 ‘정치적 후퇴’로 해석된다.
시리아 국방부는 7월 16일(현지시간) “무장집단에 대한 소탕 작전을 완료하고, 합의에 따라 정부군이 스웨이다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은 드루즈족과 베두인 부족 간의 수십 년 갈등이 뿌리 깊은 곳으로, 지난 13일 민족 간 충돌이 폭발한 데 이어 정부군까지 개입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드루즈 민간인 최소 27명이 즉결 처형되는 등 35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15일 ‘즉각적 군사작전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돌은 계속되었으며, 휴전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스웨이다 철군은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과 미국의 강한 외교적 경고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은 드루즈족 보호를 명분으로 15일부터 시리아 남부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고, 16일에는 수도 다마스쿠스의 국방부 건물까지 타격했다. 시리아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오랜 기간 시리아 내 이란의 군사 확장을 견제해왔으며, 드루즈족과의 민족적 연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 행동은 시리아 정부군을 국경에서 멀리 떼어놓기 위한 실리적 조치”라며 “드루즈 보호는 명분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군사 압박에 더해, 미국도 관련 당사자들에게 강한 자제를 촉구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모든 당사자에게 약속을 지키고 사태를 조속히 종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리아를 이끄는 아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내전과 극단주의로 폐허가 된 자국을 국제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해 친서방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시리아 과도정부의 일원인 이슬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외국 테러단체 목록에서 제외하며 그 흐름에 호응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이스라엘 국내 정치 상황도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유대교 초정통파와의 갈등으로 연립정부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군사적 긴장을 유도해 정국의 초점을 외부로 전환하려 했다는 의심이다.
휴전 선언과 군 철수에도 불구하고 스웨이다 지역의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다. AFP는 “시리아 국방부 성명에 군 보안대의 철수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AP통신 역시 “이번 휴전이 과거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드루즈족과 정부군 사이의 깊은 불신과 복잡한 지역 정세, 그리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힌 이번 사태는 단기간 내 안정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가 과연 국제사회의 기대대로 정상국가로의 회복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 첫 시험대가 바로 이 남부 국경지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