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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23 |
북한 조선신보는 최근 평양 화성지구에 새로 개업한 ‘화성락원불고기식당’을 소개하며, 18시간 동안 참나무불에 구운 바비큐와 수십 가지 고기 요리를 자랑했다.
외견상으로는 세계적인 미식 문화에 합류한 듯한 북한의 자화자찬이지만, 이 기사에 담긴 현실은 몇 가지 점에서 심각한 윤리적·경제적 문제를 드러낸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은 북한 주민의 40% 이상이 만성적인 식량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영양실조와 단백질 부족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이 많은 현실에서, 18시간 훈제한 양갈비 바비큐와 소혀구이를 즐기는 특권계층의 존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감각이 완전히 결여된 행위에 다름 아니다.
“수도 중심부”, “현대적 새 거리”, “세계적인 바비큐”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불평등의 상징이자, 주민 전체를 위한 복지가 아닌 권력층을 위한 사적 향유의 또 다른 증표이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세계의 명요리를 맛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지만, 그 손님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외화벌이 간부, 당 간부, 군부 고위 인사들이 아닐 수 없다.
■ 기근과 빈곤의 땅에서 피어오른 고기 연기
평범한 주민들이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식당을 ‘인민의 락원’으로 묘사하는 조선신보의 표현은 그 자체로 기만이며, 체제 선전의 포장지에 불과하다.
실제로 북한 주민의 다수는 장마당에서도 고깃국 한 그릇조차 사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식량 배급 시스템은 붕괴된 지 오래이고, 어린이와 노인의 영양결핍은 심화되고 있다.
조선신보는 이번 식당을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닌, ‘수도의 자랑’, ‘세계적인 요리의 향유처’로 묘사한다. 이는 북한이 최근 추진하는 ‘지방중흥 20×10 정책’이나 ‘현대화된 도시 이미지 조성’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시도는 철저히 상징 조작적이며, 주민의 삶과는 거리가 먼 허구의 연출이다.
■ 체제 선전보다 필요한 것은 식탁 위의 정의
불고기식당은 요리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허영을 소비하는 장소다. 18시간 굽는 바비큐보다 더 오래 굶주려온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체험형 선전공간’이 아니다.
북한 당국은 식당 하나 세웠다고 ‘선진국 수준’이라 자평하지만, 진정한 국력은 고기 연기 속이 아니라 밥상 위에 놓인 떡 한 조각, 아이의 식판 위 단백질에서 증명되는 것이다.
조선신보의 이번 보도는 또 하나의 ‘포장된 현실’을 보여준다. 주민의 고통을 외면한 사치스러운 도시 선전은 결국, 체제의 진정한 민낯—극소수만이 누리는 잔치와 다수의 허기—를 더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