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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23 |
북한 노동신문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450정보 온실농장’ 건설 소식은 겉보기엔 인민을 위한 대형 농업 프로젝트로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체 없는 정치 선전, 자원과 인력을 고갈시키는 상명하달식 동원 체계, 그리고 비효율적 과시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신문은 “천백여동의 현대적인 온실”이 불과 5개월 남짓한 기간에 완공되었다고 강조한다. 이는 건설에 참여한 인민군과 청년돌격대의 ‘무한 충성’과 ‘공격기상’ 덕분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450정보에 달하는 대규모 농장 단지를 수개월 만에 “질적으로 완공”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시공 과정에서의 안전성, 품질 관리, 생태 환경에 대한 고려는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는다. 속도만 강조된 이같은 ‘속도전’ 방식은 과거 수많은 건설 실패와 재시공, 인명 사고를 낳았던 전례의 반복일 수 있다.
"정해진 시간표"는 인민의 복지를 위한 것인가, 체제 선전을 위한 것인가
“당중앙이 정해준 시간표대로”라는 표현은 북한식 건설의 본질을 보여준다. 인민의 실질적 필요가 아니라 정치적 기념일(‘당 창건 80돌’)에 맞춰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건설이라는 점이다.
온실의 품질이나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보다는 ‘혁명적 기세’와 ‘충성의 선물’이라는 형식적 구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실제 주민의 생활 개선과는 거리가 먼, 체제 유지와 지도자 우상화의 수단에 불과하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과 청년돌격대가 건설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기능전습", "새로운 공법 창안", "집단주의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되지만, 실상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학업이나 본업을 중단한 채 동원된 이들 청년과 병사들이다.
과연 이들이 쏟은 노동력과 시간, 그 속에서 희생되는 교육 기회와 건강, 가족과의 단절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누구를 위한 온실인가?
북한은 이미 수년 전부터 대규모 온실 단지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그 혜택은 평양이나 일부 특권층에 집중되었고, 일반 주민들은 여전히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공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450정보 온실’ 또한 과거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구조는 언급되지 않으며, “인민의 복리증진”이라는 문구는 단지 정치적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지방 중흥의 새 실체’라 자찬하는 450정보 온실농장은 과장된 선전과 무리한 동원의 산물로 보인다. 진정한 지역 발전이란 군대나 청년의 인생을 소모하며 전시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민의 실질적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자원이 재편되지 않는 한, ‘온실’은 온실일 뿐, 외화내빈의 실패한 상징이 될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